[2013 신년기획] '삶의 질' 갈수록 떨어지는데…
4가구중 한 가구 '적자' 허덕
소득의 30% 빚 갚는데 사용
과연 중산층의 삶도 나라살림만큼 나아졌을까. 1990년 중산층 표준모델인 김영호 씨(당시 나이 35세). 김씨는 지방의 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해 수도권의 자동차부품 회사에 취업했다. 1남1녀를 둔 외벌이 가구 김씨의 월 소득은 80만원. 이 중 생활비로 53만원(66%)을 쓰고 15만원(19%)을 저축했다. 세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11만원(14%)을 지출했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2010년 중산층 표준모델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서울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박철호 씨(45).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나온 박씨는 월 321만원을 버는 맞벌이 가구다. 가계부를 보면 생활비로 월 소득의 68%인 218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56만원(17%)을 내고 48만원(15%)을 저축하고 있다.
1990년대 중산층 표준이 ‘30대-고졸-제조업-남성 외벌이’였다면 2010년은 ‘40대-대졸-서비스업-맞벌이’로 바뀐 것이다. 중산층 평균 소득에 도달하는 시기가 10년가량 늦어졌고,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학력 조건이 추가됐다. 맞벌이는 필수가 됐다.
생활비 지출내역도 확연히 달라졌다. 단적인 예가 빚을 갚기 위해 쓰는 돈이 대폭 늘었다. 1990년에는 월 소득 79만원 중 부채상환에 쓰는 돈이 약 8만원으로 10.4%를 차지한 반면 2011년에는 월 소득 321만원 중 27.5%인 88만원을 빚을 갚는 데 썼다.
또 다른 차이는 적자가구의 비중. 1990년에는 중산층 가구의 15.8%가 적자였던 반면 2010년에는 23.3%로 늘었다. 1990년에는 7가구 중 1가구가 적자였지만 2010년에는 4가구 중 1가구꼴로 적자라는 얘기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부채와 준조세, 교육, 통신비 등 네 가지 경직성 지출이 증가하면서 중산층의 소비여력이 악화됐다”며 “좋은 일자리를 늘려 가처분소득을 확대하는 것이 중산층의 계층 하락을 방지하는 근본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