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4개국의 올해 경제 성장세는 강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처럼 글로벌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브라질은 제로성장 공포에 떨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 10년간 철광석, 콩 등 원자재 수출로 경제 규모를 키워왔지만 최근 글로벌 수요 둔화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가 헤알화 평가 절하에 나선 것도 부작용을 낳았다. 헤알화 하락 폭이 커질수록 수입 물가가 급등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브라질 경제가 정부의 비효율이나 관료주의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더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인도는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직면해 있다. 인도의 지난해 10월 무역수지는 210억달러(약 22조8102억원) 적자를 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였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원유 수입이 30% 이상 급증한 탓이다. 문제는 인도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마음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를 넘어서면서 재정정책이 묶인 데다 물가 수준마저 높아 쉽게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최근 러시아의 201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3%에서 3.3%로 대폭 내렸다. 무디스도 최근 “향후 1년간 러시아 경제가 5% 위축되고 러시아 루블화도 30%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경제의 문제점은 에너지 분야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제조업 경쟁력이 약하다는 점이다. 경제개혁 추진 여부에 따라 러시아 경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러시아와 비슷하게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를 가진 남아공도 부정부패와 심각한 빈부격차에 발목이 잡혀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남아공의 고용상태가 불안하고 광부 파업 여파도 있어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면서 “2013년 경제성장률은 3% 정도로 예상되지만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4개국의 공통점은 주로 원자재 수출에 의존해 경제위기로 수요가 급감하자 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기 침체가 계속되는 한 이들 국가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가 좋았을 때 잘 드러나지 않았던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정치·경제적 맹점이 앞으로 더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