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의 가장 큰 이슈가 경제민주화였던 만큼 재계는 대통령 당선자와 새로 들어설 정부의 경제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부작용과 혼선을 막기 위해 속도 조절 및 보완작업 등을 통해 기업과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갈수록 거세지는 해외 보호무역주의 장벽 돌파와 원·달러 및 원·엔 환율 하락에 대한 면밀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 성장과 경제민주화의 균형을 맞추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뒤 시급하지 않은 기업 규제 정책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난 뒤로 미루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이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9일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주력해 달라고 대통령 당선자에게 주문했다. 손 회장은 “우리 경제가 내수 부진과 수출여건 악화 등 대내외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경제주체들의 역량을 결집시켜 한국 경제를 재도약의 길로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성장 잠재력 확보와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주문했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대다수 기업들이 긴축과 위기경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채용시장도 급격히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성장 잠재력 회복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통한 일자리 창출, 민생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서는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수출 기업들을 위한 경제영토 확장과 국가 브랜드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및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 △해외시장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제외교 △중소기업 해외시장 개척 자금 지원 △서비스산업 세계화 △수출산업 지원을 위한 국가브랜드 제고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병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앞으로 5년간은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냐의 중요한 시기”라며 “수출 감소, 내수 부진,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경제가 어렵고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만큼 강력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계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위기 극복에 앞장서고 동반성장, 사회공헌 등을 통해 사회통합에 더욱 힘쓰겠다”고 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관련 공약을 차질없이 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선진경제로 진입하려면 중소기업 중심의 새로운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건설산업은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형국”이라며 “대통령 당선자는 최근 수년간 침체된 건설 경기로 낙담하고 있는 200만 건설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어 넣어 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대기업들도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삼성 그룹 핵심 임원들은 투표를 마친 뒤 대부분 회사로 나와 투·개표 상황을 지켜보는 등 긴장을 끈을 놓치 못했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 등 전략실 내 팀장급 이상이 대부분 출근했다. 삼성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부담이 되지만 기업들은 변화와 환경에 적응하는 데 익숙하고 민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 SK 등에서도 일부 임직원들이 사무실을 지켜며 선거 결과를 예의주시했다.

이건호/강영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