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영자가 오더라도 KB금융 사외이사진을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KB금융지주 이사회가 1년여를 끌어온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안을 부결시켰다는 소식에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가 보인 반응이다. 그만큼 KB금융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은 금융계에서 정평이 나 있다. 전략적 판단으로 추진한 대형 인수전이 사외이사들의 ‘반란’으로 무산된 한국 기업사에 흔치 않은 사례는 남달리 독립적인 KB금융 사외이사들의 선임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KB금융 이사회는 겉으로 보기는 다른 금융지주 이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사회 멤버 13명 중 사외이사가 9명으로 신한(12명 중 10명), 우리(8명 중 7명), 하나(12명 중 8명)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다. 사외이사를 뽑는 주체인 사외이사추천위원회도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다른 지주들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KB금융은 2008년 업계 처음으로 지주 회장과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등 제도적으로 사외이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 왔다.

또 ‘은행 등 사외이사 모범규준’이 2010년 만들어진 뒤는 선임 과정이 비슷해졌지만 그 이전엔 KB금융 사외이사 추천 권한은 사외이사들에게만 있었다. 경영진에 대한 ‘부채의식’ 없이 선임과 연임을 자신들이 결정하며 서로 밀어주는 분위기였던 셈이다. 경영진은 물론 사외이사들의 대우와 처우를 결정하는 평가보상위원회도 사외이사들이 운영했다.

제도적인 차이보다 KB금융의 성장 이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많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택은행과 합병하며 2001년 부임한 김정태 전 행장은 “사외이사가 은행 업무를 알아야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곤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은행이 뉴욕 증시 상장 1호이고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에서 합병 상장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중시해 사외이사들의 역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강정원 전 행장도 사외이사 권한 강화에 기여했다. 그가 2007년 연임에 성공한 것도 1년이던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늘리고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강 전 행장은 경쟁자이자 상사였던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의사를 반영하는 데 사외이사들을 적극 활용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 9명 중 대학교수가 4명으로 많은 점도 독립적인 행보의 배경으로 거론한다. 하나금융의 경우 8명 중 교수 출신이 2명에 그친다. 한 사외이사는 “교수 사외이사들은 경영진이 제시한 ‘지주사 수익 포트폴리오 다양화’, ‘고령화사회에서 보험시장 성장 가능성’ 등 큰그림보다는 인수가격을 중시하는 등 위험에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박신영/이상은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