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인 그렉시트(Greek+exit)보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릭시트(Britain+exit)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3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진단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영국 내에서 반(反)EU 정서가 확산되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공론화됐고 실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재정위기국 때문에 영국이 불필요한 피해를 보고, 이에 따라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만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英, EU 탈퇴 가능성 높아져”

모건스탠리는 “최근 런던 부동산 가격이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글로벌 은행들이 브릭시트에 대비해 런던 지점을 독일 프랑크푸르트나 프랑스 파리로 옮기는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라고 전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도 최신호에서 “영국이 EU를 떠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는 시간문제”라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가 지난달 중순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영국 국민의 56%가 EU 탈퇴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의 EU 탈퇴가 양측 모두에 비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은 EU에서 탈퇴하면 당장 매년 냈던 EU 분담금 80억파운드(약 14조원)를 납부하지 않고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또 EU가 정한 농업·노동·금융 등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EU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은 타격을 받게 된다. EU에서 탈퇴하면 역내 무관세 교역 혜택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영국은 수출의 절반을 EU에 의존하고 있다. 제조업과 고용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EU도 마찬가지다. 영국이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8%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움직이고 있다. EU에 넘긴 재정과 사법 관련 일부 권한을 되찾아오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갑자기 EU에서 탈퇴할 때 발생할 충격을 줄이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영국이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EU 정책을 유도하기 위해 EU 탈퇴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은 최근 EU의 2014~2020년 장기 예산안 증액에 반대하는 등 EU와 갈등을 빚었다.

◆경기침체가 반EU 정서 키워

영국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EU 여론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침체에 빠졌던 영국 경제는 2009년 간신히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로 지난해 4분기부터 다시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에 빠졌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경제부 장관은 최근 “영국 경제가 트리플딥(triple dip)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영국의 위기감을 부채질했다. S&P는 이날 경기침체와 재정적자 등의 위험을 이유로 영국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2년 이내에 최고 신용등급(AAA)을 빼앗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무디스와 피치도 영국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렸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