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5일 사장단 인사에서 ‘전문가 중용’ ‘내부 인재 발탁’ ‘세대 교체’라는 원칙을 적용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인사 철학도 고스란히 반영했다. 승진 폭은 9명으로 크지 않았으나 자리를 바꾼 전보 대상까지 합하면 17명으로 예년 수준이었다. 5년 연속 2명의 부회장을 배출하고 50대 초·중반의 부사장급을 대거 발탁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삼성은 작년과 같은 12월 첫째주 수요일인 5일 사장단 인사를 했다. ‘D데이’가 19일 대통령선거 이후일 것이란 전망도 있었으나 12월 초 인사 원칙을 지켰다. 임원 인사는 선거 전인 7일 끝낸다. 작년보다 1주일 빠른 속전속결식 인사다.


이 회장이 강조해온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도 관철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대부분의 경영진이 자리를 지켰다. 유례없는 이익을 낸 무선사업부에선 2명의 사장이 나왔다.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56)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삼성 스마트폰을 글로벌 1위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원표 무선사업부 미디어솔루션센터장(52·사장)은 KT를 거쳐 2007년 삼성전자로 옮긴 뒤 차별화된 휴대폰 사업 전략을 짠 공로를 인정받았다.

경제민주화 기류는 변수가 되지 않았다. 외부 비판 여론을 의식해 오너 일가의 승진이나 부회장 배출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8년 이후 매년 2명의 부회장을 선임하는 ‘2부제’가 5년째 지켜진 셈이다.

내부 승진자도 적지 않았다. 박원규 삼성코닝정밀소재 부사장(53)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부사장(59)이 이번 인사에서 각각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전문가들도 중용됐다. 삼성 내 대표적 기술통인 김기남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54·사장)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부장을 맡았다. OLED 사업부장이었던 조수인 사장(55)은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윤용암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56·부사장)이 삼성자산운용 사장으로 이동했고 광고 홍보 전문가로 통하는 임대기 삼성 미래전략실 부사장(56)이 “그룹 광고 역량을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일기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55·부사장)도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그룹 이미지를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인설/강영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