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장단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건희 삼성 회장이 3일 한 달여간의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떠났다. 삼성 사장단 인사는 오는 5일 오후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팀장급 1~2명과 일부 금융계열사 사장이 교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함께 김포공항을 통해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하와이에서 보름 이상 머문 뒤 일본을 거쳐 이달 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내년 1월2일 열릴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날 출국장엔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삼성전자의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 윤부근 소비자가전(CE)담당 사장, 이재용 사장 등이 이 회장을 배웅했다.

삼성그룹 총수는 이병철 선대회장 시절부터 12월 한 달 동안 해외에 머물며 이듬해 경영구상을 해왔다. 이 회장 역시 매년 12월1일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을 끝낸 뒤 해외에서 연말을 보내왔다.

특히 내년은 이 회장의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 2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이 회장의 구상에 한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이날 출국함에 따라 사장단 인사는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사장단 인사안에 대해 이 회장으로부터 재가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오는 5일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이 정기 출근을 시작한 뒤 필요할 때 수시 인사를 해 인사 수요는 많지 않다”며 인사폭이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다만 올 들어 경영진단을 받은 금융 계열사들에 대해선 중폭 이상의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또 미래전략실 팀장급 1~2명이 교체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저녁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실차장(사장), 이상훈 전략1팀장(사장), 김명수 전략2팀장(부사장), 정현호 경영진단팀장(부사장),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 육현표 기획팀장(부사장), 정금용 인사팀장(전무) 등 삼성 미래전략실 핵심 임원들은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VIP용 식당인 코퍼레이트클럽에서 일부 팀장의 송별회를 겸한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올 6월 취임한 최 실장은 미래전략실에 집중된 전략 기능 일부를 계열사로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 가운데 이재용 사장의 승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만 45세가 되는 이 사장은 몇 달 전만 해도 이 회장이 만 45세에 회장이 됐다는 점, 삼성전자 완제품 부문(DMC)장이 공석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승진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경제민주화 바람 등을 의식해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번주 사장단 인사를 마무리하고 다음주 초 상무~부사장급 임원 인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