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아무다르야 광구에서 원유 생산을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생산하는 첫 번째 원유다. 페트로차이나는 지난해 말 미국, 영국, 호주 기업들을 따돌리고 매장량 8000만배럴로 추정되는 아무다르야 광구 개발권을 따냈다.

3일 서울 한남동 주한 아프가니스탄 대사관에서 만난 라흐만 오글리 상무관(사진)은 이를 언급하며 “한국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이냐”고 물었다. 오글리 상무관은 “지하자원을 놓고 미국과 중국, 인도, 영국, 호주는 물론 터키, 파키스탄 기업까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데 한국은 손놓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원부국 아프간 노리는 외국 기업들

2005년부터 6년간 아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파병 한국군 오쉬노부대의 대민 봉사활동과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질 좋은 제품 덕분에 아프간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좋다”며 “아프간은 한국 자원개발 기업과 건설사들이 많은 일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말했다. 자원개발 기업들은 경쟁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건설사들은 아프간 정부가 발주하는 도로 및 다리 건설 공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가 2010년 보도한 미국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아프간에는 1조달러어치의 광물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인 리튬 매장량은 최대 생산국 볼리비아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간 북부지역에만 원유 16억배럴, 천연가스 16조입방피트가 묻혀 있다. 과일과 카펫을 주로 수출하는 아프간이 주요 자원 수출국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주변국의 움직임은 발빠르다. 중국은 2007년에도 추정가치 800억달러 규모의 구리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인도 역시 지난해 카불 인근 4개 철광석 광산의 채굴권을 획득했다.

오글리 상무관은 “중국 서부와 아프간 북부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세웠으며 조만간 민간 입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 진출은 사실상 전무

아프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현지에서 도로 공사를 하고 있는 A건설사와 협력업체밖에 없다. KOTRA에도 전담 인력이 없다. 대사관을 통해 현지 정보를 얻다 보니 2006년 이후 아프간 내 한국 기업 현황도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치안 등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영국 민간 연구단체 글로벌리스트아틀라스에 따르면 2011년 말 현재 아프간의 투자 위험도는 소말리아, 수단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오글리 상무관은 안전 문제를 묻자 “아프간 정부는 경찰과 군 병력을 동원해 현지 진출 외국 기업들을 보호하고 있다”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다른 나라 기업들을 보면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프간에 주둔한 11만4000명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대부분 2014년까지 철수할 계획이지만 1만명의 미군은 계속 머무를 예정이다. 아프간 군·경 33만7000명은 치안권을 단계적으로 넘겨받고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