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있는 무역 및 컨설팅 회사 소나무트레이딩의 정인철 사장(44). 1996년 이건산업 주재원으로 파견돼 현지에서 보낸 시간만 15년여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회사를 지난해 11월 창업한 후 비즈니스 환경이 돌연 달라진 것을 느꼈다. 해외에 ‘무늬만 기업’인 사기꾼이 많다 보니 신설법인을 의심하는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있었던 것. 그러나 이런 시선이 바뀌는 데는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정 사장은 “법인장까지 지내고 현지에 정통했지만 신규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데는 적잖이 애를 먹었다”며 “칠레 산티아고 인케 의장이 되면서 기업 신뢰도가 확 올라갔다”고 자평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창구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전 세계 한인 벤처기업인들의 연례 축제인 ‘2012 인케 총회’가 28일 서울 구로동 벤처기업협회에서 열린 신규 지부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벤처기업협회가 주관하며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이날부터 내달 1일까지 나흘간 계속된다.

올해 행사는 전 세계 38개국 58개 지부에서 100여명의 한인 벤처인들과 국내 160개 벤처·중소기업에서 250여명 등 500여명의 기업인 및 정부 관계자, 단체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이날 오전 10시, 미국과 중국 인도를 비롯한 9개 신규 지부 의장을 소개하는 오리엔테이션 행사장에는 설렘과 숙연함이 교차했다. 신규 의장이 연단에 올라 소개 인사를 할 때는 장내가 떠나갈 듯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타지에서 나홀로 사업하며 느끼는 고충을 털어놓는 대목에서는 “맞아” “그렇지” 등 동병상련의 감탄사가 끊이지 않았다.

인도 푸네의 정태호 의장(59)도 그런 경우다. 그는 한국 대기업의 현지 주재원으로 1988년부터 10여년간 인도에서 근무한 후 2008년 한국산 산업용 기계·부품을 수입해 유통하는 ‘ATS 코린드 엑스포츠’를 세웠다.

그는 “16년을 살았지만 항상 ‘새로운 나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화가 다른 곳이 인도”라며 “인케 네트워크의 일원이 돼 인적 및 정보 교류를 활발하게 할 수 있는 활력소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류봉균 미국 샌디에이고 의장(42)은 1991년부터 21년간 미국 보잉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지난해 미 국방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벤처기업 ‘에피시스 사이언스’를 창업했다. 류 의장은 “인케를 통해 한국의 능력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해 미국 진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의 국방 R&D 기관 간 공동연구할 수 있는 토대 구축에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프리카에서도 신규 지부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인 가나 아크라의 민태경 의장(51)은 “한국의 선진 기술과 제품을 가나에 보급하는 첨병이 되겠다”며 “서부 아프리카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건설회사 주재원으로 10년여간 일하다 2004년 건설자재무역 및 주택판매업체인 ‘TKM 서비시즈 리미티드’를 설립했다.

홍병철 인케 회장은 “기존에 진출한 나라는 지역을 확대하고, 없던 나라에서는 신규 지부가 생기는 등 인케 조직이 거미줄처럼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2015년까지 세계적으로 100개 지부를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