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경기 안성 동부팜한농 육종연구소. 새로운 무 종자 연구가 한창이었다. 병충해에 강한 동부팜한농의 종자에 맛과 모양이 좋은 몬산토의 종자를 접목해 수분과 당도가 높으면서 재배하기 편한 한국형 무를 개발하기 위해서다.

지난 9월 글로벌 종자회사 몬산토의 한국법인(옛 흥농종묘)으로부터 무 배추 오이 수박 등 300여 품종의 종자권을 인수한 동부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씨앗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부는 1998년 국내 최대 토종 종자업체 ‘흥농종묘’가 외국에 넘어간 지 15년 만에 ‘씨앗 주권’을 되찾아온 것을 계기로 씨앗부터 재배, 유통을 아우르는 종합 생명과학기업을 꿈꾸고 있다.

○연구원 두 배로 늘려 ‘속도전’

육종연구소 연구원들이 고추씨를 빼곡히 올린 발아용기를 발아기 안에 넣었다. 새로 개발한 종자가 제대로 발아하는지, 병에 걸리진 않았는지 등을 검사하기 위해서다. 연구소 밖 200여동의 비닐하우스에선 내년 육종할 종자를 묻기 위해 땅을 고르는 작업이 한창이다.

육종연구소는 새 종자를 만드는 곳이다. 생산성이 높고 병충해에 강한 종자가 목표다. 수박이라면 맛있는 종과 병충해에 강한 종 등을 교배해 상품성이 높은 수박 종자를 만드는 식이다. 이런 수박을 찾기까지는 몇 대에 걸친 교배가 필요하다. 김형태 육종연구소장은 “몬산토 자산을 인수한 뒤 유전종이 다양해지고 연구결과가 공유돼 시너지가 크다”며 “새 종자를 개발하는 연구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몬산토코리아는 외환위기 전 국내 종자 시장 1, 3위이던 흥농종묘와 중앙종묘가 합쳐진 회사였다. 이 때문에 국내 토종 씨앗과 육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가 급증했다. 2001년 5억원에 그쳤던 종자 로열티 지급액은 2010년 220억원에 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주로 먹는 무, 배추, 양파 등의 종자 자급률이 50%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몬산토코리아 인수로 동부팜한농은 점유율 26%의 국내 1위 종자기업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씨앗기업의 시장 점유율도 70%대로 올라갔다. 동부는 몬산토 인수 후 20여명이던 육종연구소 연구원을 40명 이상으로 늘렸다. 지난달엔 생명공학 부문을 확충했다. 보유한 품종도 2배 이상 늘어 500여종을 넘어섰다. 그만큼 필요한 특성에 맞는 종자를 골라 쓸 수 있게 됐다.

○농업부문 계열화

종자사업 강화로 동부는 농업 부문 수직계열화를 거의 완성했다. 2010년 말 동화청과를 인수해 유통망을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천적곤충 전문기업 ‘세실’, 채소종자 회사 ‘대농종묘’를 인수했다. 지난해 말 음료 회사 가야를 인수해 가공식품사업에도 진출했다.

내년부터는 작물 재배에 나선다. 회사 측은 다음달 경기 화성에 완공하는 15만㎡ 규모의 유리온실에서 수출용 토마토를 재배한다. 온도와 습도, 빛, 양분을 조절해 용도에 맞는 작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햄버거용 토마토는 원통형에 가까운 모양으로, 일본 수출용 제품은 작은 크기로 생산하는 식이다.

안성=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