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준비했던 경영 계획이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면 가슴이 무너집니다.”

향후 10~20년 뒤 예상 수익을 근거로 이뤄지는 기업 투자의 가장 큰 변수는 정부 정책이다. 정책이 바뀌면 기업의 경영 환경도 순식간에 달라지게 된다. 특히 조변석개식으로 변해온 한국의 정부 정책은 기업 경영에 큰 혼란을 줘 왔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회장단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것은 ‘정책 일관성 부족’(62.0%)이었다. ‘환경·노사 관련 규제’(33.8%)나 ‘물가통제 등 지나친 정부개입’(4.2%)도 부담스럽지만 무엇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달라는 바람이었다.

기업들은 순환출자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굵직굵직한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뀐다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대기업 총수 등이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한다며 순환출자 금지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 1970년대 정부의 기업공개 정책으로 대주주 지분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 이후에는 소유분산 정책을 내세워 대주주 지분율이 5% 미만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많았다. 실제 30대 그룹의 총수일가 평균 지분율을 살펴보면 1983년 17.2%에서 지난 4월에는 7.5%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순자산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역시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 왔다.

이 제도는 1986년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도입되었다가 기업 퇴출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1998년 폐지됐다.

하지만 2001년 재도입됐고, 친기업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가 2009년에 다시 없앴다. 2001년 부활 이후 폐지까지 규제 내용도 세 번이나 바뀌었다. 그러나 야당 등을 중심으로 또다시 부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 역시 1970년대 말 시행됐다가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없어졌지만 2010년 부활했다.

올해 휴대폰 보조금 지급 통신 3사 등에 과징금 총 453억원과 시정 명령이 내려진 것도 석연치 않은 경우다. 휴대폰 보조금 금지 규제가 2008년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용자 차별금지 조항을 들어서 제재를 가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 등을 노린 단기적인 포퓰리즘을 배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