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지난 16일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함에 따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밑그림이 모두 완성됐다. 경제민주화는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인 만큼 선명성 경쟁도 치열했다. 불공정거래나 경제범죄 처벌 강화 등 상당수 공약은 내용이 겹쳤다. 하지만 ‘한경 대선공약평가단’ 소속 전문가들의 평가 결과 ‘실현 가능성’ 등에서는 차이가 났다.

◆초점이 다른 박-문-안

박 후보는 대기업의 지배소유구조 개선보다는 공정성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재벌 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공약이 훨씬 강하지만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김영봉 세종대 석좌교수는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기존 순환출자 규제 등 과격한 것들이 빠지는 등 상당히 완화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것들 위주여서 집권시 곧바로 밀어붙일 것이란 점을 감안한다면 누구보다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문 후보 공약은 과격하지만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았다. 곽태운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이미 사장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자는 공약 등 다수가 급진적인 성격이 강하다”며 “반시장적 정책들도 다수 포함돼 실현 가능성에서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 공약에 대해선 “급진성에서는 박 후보와 문 후보의 중간 정도”(김영봉 교수)이지만 “입장이 모호하고 미성숙된 아이디어 수준의 공약이 많고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식의 다분히 선언적인 구호가 많다”(최정표 건국대 교수)는 평가다.

◆시장경제에 반하고 위헌소지 다분

‘시장경제의 정합성’ 등에서는 세 후보 모두 정도의 차이일 뿐 문제가 많다고 평가됐다. 최광 한국외대 교수(경제학)는 “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사유재산권 보장이나 선택의 자유 보장이란 측면에서 세 후보 모두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세 후보가 모두 제시한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 금지’ 공약이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한도 축소’ 등은 모두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거나 경제활동을 저해할 소지가 큰 공약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후보가 내놓은 ‘금융사의 일반 계열사 지분 의결권 제한’이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치 의무화’는 대기업 계열사 간 지분소유관계 정리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시행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공약 중 ‘중소기업·소상공인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원자재가격·납품단가 연동제, 이익공유제 도입’ 등도 “정부가 시장 자율에 개입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대표적인 공약”(민경국 강원대 교수)이라는 지적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큰 공약도 다수였다. 예컨대 세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대기업 총수 등의 횡령 및 배임에 대해 집행유예를 불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은 “헌법상 보장하는 차별금지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요소가 있다”(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는 평가가 나왔다.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강화’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등도 일종의 사유재산 국유화와 비슷해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