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통 줄이고 연비 높여라.’

세계적인 연비 규제 강화로 ‘자동차 심장’으로 불리는 엔진이 몸무게를 줄이고 있다. 작은 엔진 기통수로 고성능 고효율을 내는 다운사이징 엔진이 좋은 예다.

특히 내년부터 모든 차종에 신연비 기준(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을 합산한 복합 연비)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연료 효율성이 뛰어난 모델을 구매하려는 소비자 움직임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자동차 시장엔 ‘엔진 다이어트’ 바람이 불고 있다. 유럽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다운사이징 엔진을 탑재한 차종을 한국 시장에 들여와 판매 효과를 보기 때문.

아우디코리아는 올 8월 베스트셀링 디젤 세단 A6 3.0 TDI의 판매 확대를 위해 기존 3.0 디젤 외에 ‘A6 2.0 TDI’를 추가했다. 배기량은 종전 2967cc에서 1968cc로 줄인 대신 연료 소비는 40.7% 절감해 A6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6 2.0 TDI는 지난달 아우디코리아의 시판 모델 중 3.0 TDI를 제치고 가장 많이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 상반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M클래스의 배기량을 종전 6기통 2987cc에서 4기통 2143cc로 줄인 ‘ML 250 BlueTEC’을 출시했다. 연비는 11.9km/ℓ(신연비)이며 연료 소비는 17.8% 감소됐다.

BMW코리아는 베스트셀링 가솔린 세단 ‘BMW 528i’를 이전 6기통 2996cc에서 4기통 1997cc로 낮춘 2012년형 모델을 판매중이다. 엔진통은 줄였으나 성능은 이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연비는 13.3km/ℓ(구연비)로 20% 이상 보강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준중형 세단 제타의 다이어트 엔진을 선보여 판매를 늘리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다. 배기량 1968cc 엔진을 얹은 제타 2.0 TDI 외에 새로 선보인 1598cc 제타 1.6 TDI는 연비가 22.2㎞/ℓ(구연비)로 종전보다 13% 올랐다.

미국차의 경우 포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포드코리아는 지난 9월 배기량 3496cc였던 토러스 3.5에서 배기량을 1999cc로 낮춘 ‘토러스 2.0’을 출시했다. 포드의 고효율 에코부스트(EcoBoost) 엔진을 탑재해 이전 8.7km/ℓ(구연비) 연비를 10.4km/ℓ(신연비)로 19.5% 개선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포드의 대표 SUV 이스케이프 2.5는 몸무게를 확 줄인 배기량 1596cc ‘이스케이프 1.6’를 내놨다. 국내 시판중인 SUV 가운데 1.6ℓ급 엔진을 탑재한 것은 처음이다. 연비는 10.1km/ℓ(신연비). 포드코리아는 올 연말 중형 세단 퓨전 2.5의 다운사이징 모델인 ‘퓨전 1.6’을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 렉서스가 최근 출시한 ‘ES300h’도 몸무게를 줄였다. 렉서스가 종전 판매해 온 배기량 3456cc ES350에 이어 2494cc 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한 ES300h는 연료 소비효율이 16.4km/ℓ(신연비)로 ES350 대비 약 60% 좋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다운사이징 엔진 출시가 다소 늦다. 국산차 중에선 현대차가 고성능 직분사 터보 엔진을 얹은 ‘쏘나타 터보 2.0’이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쏘나타 2.4를 단종시키는 대신 배기량을 줄이면서 성능 만족도를 높인 쏘나타 터보를 내놨다. 271마력의 고출력을 내면서도 공인 연비는 12.8km/ℓ(구연비)에 맞춰 쏘나타 2.4(201마력·13.0km/ℓ) 보다 상품성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