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 신연비 적용 미루는 이유는?
국내 판매중인 자동차 중 신연비로 효율 표시를 전환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각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판매중인 차종 중 신연비로 효율 표시를 전환한 사례는 현대차가 15종 가운데 4종(벨로스터는 터보 제품), 기아차가 16종 중 5종, 르노삼성차는 4종 중 1종, 쌍용차는 6종 중 1종에 불과했다. 한국지엠은 9차종 중 5종을 바꿔, 유일하게 과반수를 넘겼다.

수입차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변경효율 표시를 미루고 있는 것. 신차 출시가 잦은 업체를 제외하면 기존 판매 제품의 연비를 변경 효율로 전환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판매 한 차종도 바꾸지 않은 회사도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의무 적용까지 2개월이 남았지만 어차피 바꿔야 한다면 서둘러 변경 효율 표시로 전환하라는 것. 자동차 구매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연료 효율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얘기다. 특히 부분변경 제품을 출시하면서 상품성 개선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신차급 부분변경'이라는 마케팅 용어를 동원하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정보인 변경 효율 표시를 기피하는 것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신연비는 기존 연료효율 표시가 실제 효율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부터 도입됐다. 도심·고속도로·고속 및 급가속·에어컨 가동·외부저온조건 등 5가지 상황에서 측정하는 것이 특징으로, 실제 체감 효율과 가까운 측정 방식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국내에서는 올해 새로 출시돼 신고하는 모든 차는 새 효율 표기가 적용된다. 2012년 이전 공인 효율을 측정한 제품도 제도 도입에 따라 모두 올해 말까지 모두 신연비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측정 기관으로 한 번에 각 회사의 차들이 몰리게 되면 과도한 업무 부담이 생길 수 있어 의무 도입은 2013년으로 미뤄졌다.

업체들이 이용한 점은 바로 유예기간이다. 의무 적용이 2013년인 만큼 새 효율 표시를 최대한 뒤로 미루는 것. 신연비 측정을 받으면 기존 효율보다 10~20% 낮게 매겨진다는 이유에서다. 효율 표시 전환이 오히려 판매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인식인 것.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2013년부터 의무 적용이라고 해도 효율 표시 전환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현재 표시보다 10~20% 정도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차종이 동일 조건인 데다 어차피 바꿔야 하는 만큼 미룬다는 인상을 주게 되면 소비자 불만만 쌓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