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대해 7일(현지시간) “경제에 쪼들리고 있는 미국인들이 ‘시장’이 아니라 ‘정부’를 선택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손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하는 경제예측 정확도 조사에서 올해 이코노미스트 부문 3위에 꼽혔다.

▷오바마가 분투끝에 당선됐다.

“미국 유권자들이 큰 정부를 선택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가난한 사람과 중산층을 도와줘야 하고 이들의 교육과 직업훈련, 의료보험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부자들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봉 20만달러(부부합산 25만달러)를 부자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 정도 소득이면 중산층에 속한다. 결과적으로 모든 계층의 세금이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제정책이 성장보다 분배 쪽으로 치우칠 것이란 얘기인가.

“재정지출 확대를 비롯해 정부 규모가 더 커지고 역할도 확대될 것이다. 한국에서도 성장이냐 분배냐의 논쟁이 일고 있지만 분배를 더 강조하는 오바마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미 학계에서도 그동안 성장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빈부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는 분배, 격차를 줄이는 시대가 왔다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들은 오바마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지적해왔는데.

“앞으로도 규제가 더 강화될 것으로 본다. 오바마 정부가 도입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만 하더라도 기업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병원이나 의사 선정 등에 관한 규제가 엄청나게 많다.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를 규제하는 ‘도드-프랭크법’은 세부 조항이 2000여개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이 2기 행정부의 규제당국 수장에 누구를 임명할지 봐야하겠지만 기업과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개입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미래의 불확실성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투자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자리 창출도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월가의 반응도 부정적인가.

“그렇다고 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주가는 민주당 정권 때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경기부양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원은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했다.

“재정절벽 해소, 국가부채 상한 확대 등 의회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유지했기 때문에 한동안 백악관과 의회가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의 리더십이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되는 셈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