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전력수급난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영광 5·6호기(각 100만㎾급 용량) 가동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10년간 품질검증서를 위조한 부품이 울진 3호기, 영광 5·6호기 등 국내 대형 원전에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외부 제보가 있기 전까지 가짜 검증서의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식경제부는 8개 원전부품 납품 업체가 200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외국 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보증서 60건을 위조해 한수원에 부품을 공급한 사실을 적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5일 발표했다. 이 업체들이 가짜 검증서를 첨부해 고리 월성 울진 영광 원전에 납품한 제품은 237개 품목, 7682개다. 금액으로는 8억2000만원. 이 중 재고 제품을 제외한 136개 품목, 5233개 제품이 영광 3~6호기와 울진 3호기 등 5개 원전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에 적발된 부품은 퓨즈, 스위치, 저항기 등 소모성 교체 부품으로 ‘일반규격품 품질검증제’를 통해 국내 원전에 공급되는 제품이다. 원전의 불시 가동정지와 오작동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미검증 부품이 집중적으로 사용된 영광 5·6호기의 가동을 연말까지 중단하고 부품을 교체할 방침이다. 당장 200만㎾의 예비전력이 사라지면서 겨울철 전력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경부는 작년 겨울처럼 주요 기업들에 10%의 강제 절전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환율 하락과 유럽 시장 침체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전력부족 사태에 따른 조업 단축까지 겹칠 경우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성장률 추가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일반규격품 품질검증제

CGI dedication. 퓨즈 스위치 등 원전을 구성하는 일반 기계설비에 주로 사용되는 부품의 품질 인증제도. 한국수력원자력은 2002년부터 해외 12개 품질검증 기관을 선정, 부품 납품 전에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