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런 소문은 당일 현대차가 3.79%, 기아차가 0.83% 하락한 배경이 됐다. 소문으로 끝나는가 싶던 ‘리콜설’은 지난 주말 미국에서 나온 ‘연비 과장’이라는 뉴스로 확인됐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선 기관투자가에 이어 외국인마저 자동차주를 내던졌고 현대차와 기아차는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연비 추정 오류가 차량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비 과장’ 직격탄

현대차는 이날 1만5500원(7.21%) 급락한 19만9500원에 마감했다. 기아차도 5만6300원으로 4200원(6.94%) 떨어진 채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는 지난해 10월10일(19만7000원), 기아차는 지난해 2월18일(5만6200원) 이후 최저치다. 이날 하루에만 현대차 시가총액이 3조4140억원, 기아차는 1조7030억원 사라졌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일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판매 중인 13개 차종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발표한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부품주들도 ‘연비 쇼크’의 유탄을 맞고 동반 추락했다. 현대모비스가 4.07% 떨어진 것을 비롯해 현대위아(-5.23%) 만도(-7.89%) 평화정공(-6.56%) 등이 급락했다. 한국타이어(-3.56%) 넥센타이어(-6.05%) 등 타이어주도 하락폭이 컸다. 자동차주 추락 속에 코스피지수는 10.50포인트(0.55%) 내린 1908.22에 마감했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자동차주 투자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악재가 겹쳤다”며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높아 주가는 당분간 안갯속을 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브랜드 이미지 타격…판매 감소 우려

연비 추정 오류에 따른 직접적인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기아차는 EPA가 연비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마자 오류를 시인하고 연비가 과장된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보상금 규모는 연간 800억~1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현대·기아차 예상 매출 130조원의 0.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브랜드 신뢰도 하락에 따른 판매 감소다.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일본 도요타는 2010년 1월 가속페달 부품 결함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이후 아직도 미국시장에서 리콜 이전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하지 못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브랜드 신뢰도 하락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며 “판매 대수를 유지하기 위해 할인 판매 등을 확대하면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고 연구위원은 “현대·기아차가 즉각 사과 광고를 내고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상황을 신속하게 수습하기 위해 품질, 마케팅 등 본부별로 대응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1월 판매, 외국인 동향이 관건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급락했지만 저가 매수에 나설 시점은 아직 아니라고 진단했다. 연비 오류가 차량 판매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다음달 초 나오는 11월 미국시장 판매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난 9~10월 노조 파업,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하락하는 와중에도 매수 우위를 유지했다.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선다면 주가 하락은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외국인은 이날 현대차를 1065억원어치, 기아차를 23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유승호/김동욱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