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는 정보기술(IT) 창업의 성지로 불린다. 1939년 세워진 휴렛팩커드(HP)가 실리콘밸리 1호 기업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창업 지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특히 엔젤투자가 활발하다. 이른바 풀뿌리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또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과 창업 초기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인적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창업 지원도 단계별로 이뤄진다.

중국은 1990년대 중반 들어 창업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부가 특정 ‘산업’이 아닌 ‘기업’을 집중 육성한다. 다국적 기업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한국보다 엔젤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외자 기업이 간과하기 쉬운 맹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렇게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성공 해외 창업’으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창업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최대 보육센터인 장장하이테크파크의 에리카 황 사장은 “중국은 인적자원이 풍부한 데다 기업 생리를 이해하는 중계기관이 많고 정부 인센티브도 적잖아 전반적인 창업 토양은 잘 닦여 있는 편”이라며 “분명 큰 기회가 있는 시장이지만 외자 기업이 들어올 때는 언어뿐 아니라 법규 등 중국 특수성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현지 기업 및 전문가를 사업 파트너로 확보하는 게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는 과욕을 부리지 말라는 얘기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운영기관인 유누들의 레베카 황 사장은 ‘순발력’을 강조했다. 그는 “발 빠르게 제품을 내놓고 피드백을 반영해 개선하면서 사용자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의 키워드”라고 강조했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조언이다.

‘진대제 펀드’로 유명한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의 김화선 부사장은 “IT 등 특정 분야를 떠나 한국 창업기업이 해외에서 성공하는 건 쉽지 않다”며 “실리콘밸리 등에 대해 일종의 환상이 있는데, 자신의 능력과 시장을 제대로 읽는 ‘지피지기’ 정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