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古都) 경주에서 기업인 아버지와 아들의 눈이 빛났다. 자동차 부품업체 신영공업사의 전봉엽 회장(76)은 경주 최부잣집 고택을 견학하는 자리에서 “천년 기업을 만들자”며 아들 전경호 사장(46)의 손을 잡았고, 아들은 “제가 그렇게 되게 하겠습니다”며 화답했다.

한국경제신문·중소기업청·가업승계협의회가 주최하고, 중소기업중앙회·IBK기업은행이 주관한 ‘2012 가업승계, 아름다운 바통터치’ 행사가 26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66개 가업승계 기업, 130여명의 기업인과 30여명의 관련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1박2일 일정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서 전 회장 부자(父子)뿐 아니라 참가 기업인들은 ‘서로 소통하고’ ‘함께 배우며’ ‘다같이 1000년 기업의 초석을 다질 것을 다짐하는’ 자리를 가졌다.

첫날 일정은 서울에서 경주로, 경주에서 포항으로, 포항에서 다시 경주로 이어지는 시간여행이었다. 서울발 신경주행 KTX 119열차 12호칸(가업승계 행사 전용칸)에서 만난 이연배 오토젠(자동차 보디 부품업체) 회장(66)은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소장이 진행하는 ‘펀 펀 기차 유머콘서트’ 내내 아들 조홍신 사장(39)의 손을 잡고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이 회장은 “바통터치 행사에 처음 참석했는데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며 “남편 회사를 이어받아 경영하느라 아들과 제대로 여행 한번 못했는데 웃고 얘기하면서 좋은 시간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2009년 첫 행사부터 4년 연속 참석한 삼화롤러스의 고재훈 사장(44)은 첫 방문지인 포항 포스코에서 혁신 프로그램 QSS(Quick Six Sigma)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을 견학하면서 메모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고 사장은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적극적으로 혁신에 참여토록 한다는 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회사에 돌아가면 꼭 적용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에서 성공의 단추인 ‘혁신’을 배운 중소기업인들은 경주 최부잣집 고택으로 자리를 옮겨 1000년 기업의 비밀인 ‘나눔과 상생’을 배웠다. 4대째 156년을 이어온 예산옹기의 황충길 회장(70)은 “최부잣집이 400년 12대 동안 만석꾼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만석 이상의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라’ ‘주변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돼야 장수할 수 있다는 비결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경주=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