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탄력성 저하…`성장엔진' 꺼지나

대한민국 경제에 적색등이 켜졌다.

바닥에 구멍이 난 선박처럼 서서히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분기별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역대 위기상황 시기를 제외하면 한 번도 없었다.

석유파동ㆍ외환위기ㆍ카드사태ㆍ금융위기 당시에만 지금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지금이 위기 상황에 버금간다는 의미로 읽힌다.

더 큰 문제는 '회복탄력성'의 실종이다.

그간 경제위기를 겪으며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어도 다음 분기에는 벌떡 일어섰다.

그러나 이젠 그런 활력이 없어 보인다 .
우리 경제가 'L자형' 저성장에 돌입했다는 판단의 근거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보면 3분기 우리 경제는 지난해 같은 분기와 비교해 1.6% 성장하는데 그쳤다.

2009년 3분기 1.0% 성장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분기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것은 통계 작성 이후 단 네 차례뿐이다.

1980년 1~4분기(석유파동), 1998년 1~4분기(외환위기), 2003년 2분기(카드사태), 2008년4분기~2009년 3분기(금융위기)가 그랬다.

이번 3분기 1.6% 성장 역시 위기상황에 버금가는 수치다.

양상은 과거와 다르다.

강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니다.

2010년 4분기 4.9% 성장 이후 매 분기 시나브로 줄어 위기 수준인 1.6%까지 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아직도 성장에 하방 위험이 더 크다"며 "'L자형'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위기가 일상화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위기와 저성장이 우리 경제의 '상수'가 됐다는 것이다.

한은 김중수 총재 역시 최근 시중은행장들과의 회의에서 "(위기에 따른)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일상화한 관행이 됐다"며 "이는 새 패러다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성장엔진이 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다.

우리 경제의 `회복탄력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 때 성장 추이를 보면 2009년 2분기 -2.1%, 3분기 1.0%에서 4분기에 바로 6.3%로 점프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1998년 3분기 -7.1%, 4분기 -4.7%에서 1999년 1분기 6.4%로 뛰어올랐다.

그러나 이제는 과거처럼 위기를 탄력적으로 극복할 힘이 떨어진 상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성장률이 위기 수준으로 점차 떨어졌다는 설명이 힘을 얻는 이유다.

이 위원은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아예 꺾이는 것이 아닌지 고민할 상황"이라며 "경제당국은 물론 정치권도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강원 방현덕 기자 gija007@yna.co.kr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