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은 G단백질 결합수용체(세포 외부의 신호를 내부로 전달하는 수용체)의 구조와 역할을 밝힌 미국의 두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G단백질 결합수용체는 물과 기름, 두 가지 층으로 구성된 세포막에 존재하는 단백질 수용체로, 세포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는 호르몬의 신호를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신약의 50% 정도는 이 결합수용체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로버트 J 레프코비츠 듀크대 메디컬센터 교수(69)와 브라이언 K 코빌카 스탠퍼드 의과대 교수(57)를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G단백질 결합 수용체 연구에서 두 사람의 탁월한 업적을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G단백질 수용체는 세포막을 관통하는 나선형 구조로 생겼으며, 뇌나 신경계에서 나오는 신경전달 물질(아드레날린, 도파민, 히스타민, 세로토닌 등)이 이 결합수용체의 외부에 결합하면 세포 내부와 연결된 부위에서도 단백질 결합을 변화시켜 인체가 대응하게 만든다.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열을 나게 하거나 기침, 가려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G단백질 결합수용체를 통해 이뤄지는 현상이다.

포유류에는 약 700여종의 G단백질 결합수용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빌카 교수가 1980년대에 레프코비츠 교수 밑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며 G단백질 결합수용체 연구를 함께한 사제지간이어서 이번 수상이 더욱 갚지다는 평가다. 레프코비츠 교수는 수용체에다 방사선이 나오는 물질을 붙여 이것이 어떻게 이동하고 역할하는지 알아냈다. 코빌카 교수는 관련 구조를 밝히고 신약 개발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수용체 종류를 밝히는 성과를 거뒀다.

코빌카 교수의 스탠퍼드 연구팀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포스닥)을 거친 정가영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인체에 다양한 단백질 수용체가 있지만 G단백질 결합수용체는 인체를 치료하는 약품과 관련해 중요한 기능을 하기 때문에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심장병 약으로 사용되는 베타블로커, 가려움증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천식 치료에 사용되는 약 등이 관련 수용체와 연관된 약품”이라고 소개했다.

수상자들은 800만크로네(약 13억원)의 상금을 나눠 갖게 된다. 상금은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1000만크로네(약 17억원)였으나 올해는 금융위기 여파로 액수가 줄었다. 시상식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