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효과+추석 특수…"기저효과 고려해도 지표 양호"

9월 취업자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68만5천명 늘면서 10년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 점을 고려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그러나 속내를 보면 그다지 반갑지 않다.

고용지표의 `깜짝 개선'에는 추석 기저효과(基底效果)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은 취업자를 조사하는 1주 동안 추석 연휴 3일이 포함돼 취업자 증가폭이 급감했다.

9월에 늘어난 취업자의 90%가 50대 이상이고 청년 취업자는 되레 감소한 점도 고용지표의 질적 측면을 악화시킨 대목이다.

◇추석 기저효과에 고용지표 `들쭉날쭉'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서 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년6개월 만에 최고치인 68만5천명을 기록한 것은 상당 부분 `추석 기저효과'에 비롯한다.

지난해 9월 취업자 조사기간(15일이 포함된 1주일)에 추석 연휴 사흘이 포함돼 취업자 증가폭이 26만4천명에 그쳤다.

올해는 추석을 앞두고 조사돼 판매, 배송, 과실 수확 등 추석 특수가 반영됐다.

작년에 추석 효과로 바닥이 낮아져 기저효과가 생겼다.

여기에 올해는 추석 특수가 겹쳐 일시 현상의 특성이 강하다.

통계상 취업자는 조사대상 주간에 `수입을 목적으로 1시간 이상 일한 자'나 `동일가구 내 가구원이 운영하는 농장이나 사업체의 수입을 위해 주당 18시간 이상 일한 무급가족종사자'로 정의한다.

지난해 9월은 고용조사 주간에 명절 연휴가 사흘 포함된 첫 사례여서 취업자 증가가 전월 49만명에서 26만4천명으로 반토막났다.

결국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올해 9월 취업자 증가 수는 68만5천명이라는 놀라운 수치를 낼 수 있었다.

취업 증가 인원은 30만명대를 기록한 6, 8월을 제외하면 올해 40만명 수준을 보였다.

계절요인을 제거한 취업자 증감률을 보면 전월 대비 7월에 0.3% 증가했으나 8월 0.2%, 9월 0.1%로 2개월 연속으로 증가폭이 줄었다.

9월 일용근로자가 4만3천명(2.7%) 늘고 무급가족종사자가 9만명(7.2%) 급증한 것도 추석 기저효과 때문이다.

지난해 1~8월 일용근로자는 평균 3만5천명 감소했지만 9월 들어 21만3천명으로 크게 줄었다.

무급 가족 종사자도 1~8월 3천명 증가에서 9월 9만8천명 급감해 올해 갑자기 늘어난 것 같은 착시효과를 나타냈다.

취업시간대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추석 기저효과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9월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무려 1천265만명(419%) 급증해 통계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는 1천234만5천명(-78.8%) 급감했다.

9월 36시간 이상 취업자가 1천329만명(165.1%) 급증한 것도 지난해 9월 추석연휴로 근무시간이 짧아지면서 1천271만2천명(-61.2%) 줄었기 때문이다.

◇부모 취업 늘고 자식은 감소…10월부턴 30만명대 증가할듯
9월에 늘어난 취업자 68만5천명을 연령별로 보면 50대(32만6천명)와 60세 이상(29만3천명) 등이 61만9천명으로 전체의 90%에 해당했다.

15~29세 청년층은 5만9천명 감소했다.

20대(-5만6천명)는 인구가 줄어든 효과를 제거해도 5만8천명이나 줄었다.

20대 고용률은 57.6%로 0.9%포인트나 하락했는데, 이는 25~29세의 부진 탓이다.

핵심 구직 연령대인 20~29세 고용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2.3%포인트나 추락했다.

게다가 낙폭도 5~8월에 각각 0.4, 0.5, 1.4%포인트에 이어 커졌다.

취업 준비생은 58만명 가량 늘어 작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는 점도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큰 틀에서 50세 이상 부모의 일자리만 늘어난 모습이다.

퇴직을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의 재취업이나 창업 추세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로 9월까지 14개월째 늘었다.

특히 12개월째 증가폭이 10만명을 웃돌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주로 시작하는 도소매ㆍ음식숙박업 취업자는 9월에 16만5천명이나 늘며 16개월째 증가세다.

직업별로도 단순노무종사자(22만1천명)와 서비스ㆍ판매종사자(26만2천명) 증가분이 전체 취업자 증가의 70%를 차지한 것도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용률 상승세가 이어졌으나 경제협력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고용률은 64.5%에 그쳤다.

70%대인 일본과 호주는 물론 미국(67.5%)보다 낮았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도 전반적인 고용시장의 외형은 선전하는 듯하다.

일자리 상황이 경기와 시차를 두고 후행하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제조업 일자리가 3개월째 늘고 비경제활동인구가 10개월 만에 줄어든 점은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10월부터 취업자 증가 수는 30만명대에 그칠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전망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47만명에 달했던 작년 4분기 실적으로 인한 기저효과가 있는데다 경기 침체의 영향이 반영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추석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지표는 상당히 좋은 모습"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위축됐는데도 건설업 취업자가 증가하고 올해 들어 취업자 수가 40만명대로 평탄한 흐름을 보이면서 고용지표는 경기와 연관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김준억 기자 prince@yna.co.krjustdus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