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1년에 12만개 사라져…코엑스몰 점포수의 490배
2년 전 중소 건설사를 퇴직한 김모씨(58세)는 하루하루 머리가 아프다. 작년에 퇴직금과 주택담보대출로 2억원을 들여 서울 중구 오피스텔 거리에 15평짜리 커피전문점을 차렸지만 계속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옆 건물에만 두 곳의 카페가 있어 경쟁이 심하다. 하는 수 없이 테이크아웃 커피값을 1000원대로 내렸다. 하지만 하루 14시간 정신없이 일해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를 주고 나면 적자였다. 건물주는 주변 신축건물 착공을 기회 삼아 임대료를 올릴 눈치다. 그는 “권리금이라도 건질려면 지금 문을 닫는 게 낫다는 판단에 다른 지역에서 소자본 아이템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의 두 번째 시도는 성공할 수 있을까. 국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31.1%(2008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15.8%)의 두 배에 이른다. 600만명의 자영업자들이 매일 생존을 겨루는 이 곳은 한국에서 가장 치열한 전쟁터다. 승률은 최악이지만 실패 사례가 잘 알려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50대 은퇴자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중 31%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매년 평균 76만6000개의 사업체가 새로 진입하고 75만2000개(2000~2009년 기준)가 퇴출된다. 전체 사업체 수의 4분의 1이 매년 새로 생겨나고 사라지는 셈이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숙박·음식업계에서는 1년에 12만7443개의 점포가 휴·폐업한다.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 지하 쇼핑몰인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점포 수 260개)의 490배에 해당한다. 코엑스몰 점포 수만한 숙박·음식점들이 18시간마다 한번씩 문을 닫고 시간당 14.6개의 점포가 퇴출되는 셈이다. 앞으로 이 같은 양상은 더욱 심해질 게 분명하다. 출산율이 높은 시기에 태어난 1955~1963년 베이비붐 세대들이 2010년부터 은퇴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50대 자영업자 수는 168만4000명. 전체의 30.1%로 급증했다.

장재남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장은 “베이비부머들이 재취업할 데가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특히 사무직의 경우 서비스업 경험이 없어 제대로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멀쩡하게 은퇴한 사람들이 부채를 지고 신용불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몰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부도가 난 개인 사업자의 43.9%는 베이비붐 세대였다.

○2028년부터 60세이상 생산 주력 계층 부상

문제는 실패를 경험한 자영업자들이 다시 창업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4억~5억원을 들여 번듯한 커피전문점을 차렸다가 망하면 1억~2억원을 들여 한식집을 차리고, 다시 실패하면 분식집을 차리는 식의 ‘계단식 몰락’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진흥원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사업을 그만두겠다’는 자영업자는 3.8%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장차 인구 구조의 주력으로 떠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8년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1955~1968년생, 즉 60세 이상이 생산 주력 계층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10년 11%에서 2060년 40.1%로 급등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지금 베이비붐 세대의 살 떨리는 전쟁은 제1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선진국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자산가치 하락은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뒤에 시작된다. 일본은 1990년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69.7%로 최고점에 달했을 때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고, 미국 역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정점이었던 2005년에서 불과 3년 뒤에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3.2%로 정점을 찍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적 활력이 떨어지면서 경기 위축으로 이어지고 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기 쉽다”고 말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