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급격히 위축됐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3년 `카드 대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내수가 추락했지만 경제가 금방 회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수출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일제히 부진에 빠져 한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 수출 성장기여도, 내수 성장기여도 밑돌 전망
올해 2분기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1.8%포인트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 이후 3년여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수출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이바지하는 정도는 2009년을 제외하고는 지난 10년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GDP에 대한 수출의 기여도가 낮아졌다는 것은 수출이 경제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절부터 경제 발전을 주도해온 성장 원동력이 약해진 것이다.

하반기에는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내수의 기여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수출 기여도가 내수 기여도보다 낮아지는 현상은 1분기에도 나타났다.

당시 수출 기여도가 2.6%포인트, 내수 기여도는 2.7%포인트였다.

하반기에 역전 현상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수출에서 원자재 수입 비용 등을 제외한 수출의 순성장기여도가 하반기에 1.3%포인트로 내수의 순성장기여도(1.6%+포인트)를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엽 연구위원은 "상반기까지는 내수 침체를 수출이 그나마 받쳐줬는데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내수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7월 이후 수출이 매우 나빠져 하반기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제로'에 가까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 내수도 경제위기 수준 침체
문제는 내수 침체도 심각하다는 점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 등 일부 내수 지표는 금융위기보다 더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백화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9% 감소해 2004년 11월(-7.2%) 이후 가장 저조했다.

할인점 매출은 지난 4월부터 5개월간 연달아 감소했다.

5개월 연속 매출 감소는 2003년 6∼10월 이후 처음이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꽁꽁 얼어붙었다.

기업을 포함한 민간 경제주체들의 경제심리를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는 지난달 2009년 4월 이후 4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도 2개월 연속으로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 비관적인 소비 심리를 드러냈다.

2분기 내수의 성장기여도는 0.6%포인트로 떨어졌다.

전 분기보다(2.7%포인트) 낮고 2년 전 같은 기간(8.3%포인트)에 비하면 폭락 수준이다.

수출과 마찬가지로 내수도 쉽사리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를 견인할 수출이 둔화했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922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ㆍ내수 침체 당분간 지속 전망…증시에도 악재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부진한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정 위기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세계적인 경기 둔화가 겹쳐 한국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신승관 동향분석실장은 "세계적으로 침체기로 접어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도 수출과 내수 침체 국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라며 "내년에도 본격적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돌파구가 없는 경제 상황은 증시에도 걸림돌이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등 각국의 경기부양책 발표 이후 코스피는 2,000선을 회복했지만 이후 주춤한 상태다.

삼성증권 곽중보 연구원은 "세계적인 경기 악화로 인한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로 진퇴양난에 처한 셈"이라며 "코스피가 한 단계 올라섰지만 실물경기 회복이 만만치 않아 더 오르지 못하고 묶여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코스피의 추가적인 상승은 세계 경기 회복이 실물지표나 구체적 정책을 통해 확인된 이후에야 가능할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침체, 가계부채 문제가 국내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산할 것인지 주의해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오예진 기자 double@yna.co.kroh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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