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조기매각ㆍ계열사 대여금 조기상환 부인권 등 난제 산적
웅진 일가 도덕적 해이 적발되면 대규모 소송 불가피할 듯

이르면 이번 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인이 선임되면 `웅진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웅진코웨이 조기 매각부터 웅진홀딩스가 미리 상환한 계열사 대여금의 회수 여부까지 웅진을 둘러싼 각종 논란의 해결책이 법정관리인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

이미 웅진 측이 제3자 관리인 선임에 동의하며 사실상 백기를 든 만큼 앞으로 채권단의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들이 웅진그룹에 대출을 해주고 웅진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보는 금융당국의 전방위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에 따라 사태가 투자자들의 대규모 소송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법정관리인 주중 결정…제3자 선임에 무게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인이 이르면 이번 주 내 선정된다.

법정관리인은 부도를 내고 파산위기에 처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정한 제3자가 자금관리를 비롯한 기업활동 전반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제도다.

법정관리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셈이다.

웅진은 웅진코웨이 조기매각, 웅진홀딩스가 조기 상환한 계열사 대여금 530억원에 대한 채권단의 부인권(否認權) 행사 여부 등 난제가 산적한 만큼 법정관리인의 역할이 특히 막중하다.

일단 법정관리인은 웅진 경영진이 아닌 제3자가 선임될 것이 유력하다.

웅진 측은 지난 5일 법원의 대표자 심문에서 "제3의 관리인 선임에 동의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법원은 오는 8일 법정관리인 선임과 관련해 채권단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인데 채권단은 웅진 측 인사에 대한 강한 불신을 갖고 있어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전 웅진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취임해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윤 회장은 비난이 커지자 결국 지난 4일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법정관리인 산적한 난제 어떻게 풀까
선임된 법정관리인은 법정관리의 계획이 되는 회생계획안을 제출한다.

회생계획안은 법상 1년 이내 인가 여부가 결정되지만 웅진은 회생절차 조기종결 제도인 `패스트트랙'(Fast track)에 따라 6개월 내 이뤄질 전망이다.

회생계획안에 대한 인가가 떨어지면 자산매각을 통한 채무조정 등 본격적인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법정관리 신청이 기각되거나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 곧바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파산한다.

웅진의 회생계획안에는 우선 핵심 계열사인 웅진코웨이의 조기 매각 여부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매각이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측은 법정관리인이 웅진코웨이를 조속히 매각해 부채를 청산하길 기대하고 있다.

아예 채권단이 직접 회생계획안을 사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 역시 법원의 대표자 심문 후 웅진코웨이 조기매각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그 내용은 회생신청서 자체에 담겨 있던 내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웅진홀딩스가 계열사에 조기 상환한 530억원에 대해 부인권을 행사한다면 법정관리인은 이를 법원에 요청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부인권이란 법정관리 개시 이전 기업이 한 일정한 행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권리다.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 측 인사가 단독 관리인으로 선정되는 것은 안 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혹시 원치 않은 법정관리인이 선정된다면 추후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전방위 검사…채권단도 긴장
이런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웅진 사태와 관련이 있는 채권은행과 증권업계 등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착수했다.

종합검사가 예정돼 있던 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동양증권 등 웅진의 CP를 발행한 증권사들이 그 대상이다.

검사 결과에 따라 금융권과 투자자들의 대규모 소송이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LIG건설의 경우 당시 투자자들은 다량의 CP를 판매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직원의 권유에 따라 LIG건설 CP에 투자했는데 LIG건설 부도로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증권회사가 계약 취소에 따른 원상회복 책임과 설명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리투자증권 측은 LIG건설 경영진과 책임 있는 대주주에 대해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 회사채는 관여하기 어렵지만, 공모 회사채는 조사 대상이다.

지난해 LIG처럼 회사 상황이 어려워지는 걸 숨기고 증권사에 발행을 위탁했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부인 김향숙 씨 등 특수관계인의 주식매매도 조사 대상이다.

김씨는 극동건설 부도 직전 자신이 보유한 웅진씽크빅 주식 4만4천781주(0.17%) 전량을 총 4억 원에 처분했다.

웅진의 법정관리 신청 이전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주식을 팔고 사적 이익을 추구한 사실이 적발된다면 당국의 제재는 물론이고 투자자들의 법정소송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은지 기자 zheng@yna.co.kr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