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림팀' 미얀마 SOC '물꼬'
미얀마 가스복합발전소 수주는 ‘은둔의 땅’으로 불리던 미얀마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사업을 한국 기업들이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미얀마 정부가 처음 발주한 SOC 프로젝트를 한국 기업들이 맡음으로써 향후 추가로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세계적 경기 침체기에 미얀마가 한국 기업들의 ‘새로운 금광’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얀마 SOC 시장 진출

미얀마의 경제수도 양곤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틸라와 경제특구. 미얀마 정부가 외국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2000만평의 광활한 부지에는 잡초와 나무들만 무성했다.

양곤대학 지질학과 교수에서 현지 건설사 헥사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한 손 한 박사는 “만성적인 전력 부족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외국 기업 유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서부발전 현대건설 하나대투증권 BKB 등으로 이뤄진 한국 컨소시엄이 짓는 500㎿급 가스화력발전소는 틸라와 경제특구에 전력을 공급, 미얀마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한국 컨소시엄이 따낸 이번 사업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완화한 이후 미얀마 정부가 발주한 첫 SOC 개발 프로젝트다. 비슷한 시기에 추진한 중국 기업 컨소시엄의 가스복합발전 프로젝트는 MOU(양해각서) 체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일본 기업의 석탄복합발전소 건설사업은 아직 MOU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금융·디벨로퍼·대기업 합작품

'한국 드림팀' 미얀마 SOC '물꼬'
이번 사업은 해외 대형 SOC 사업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 중소기업이나 다름없는 개발사업자(디벨로퍼)가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업 인·허가권을 따내고, 투자은행(IB)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 사업 추진에 필요한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함께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상향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 이런 팀워크가 가능해졌다.

미얀마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는 미얀마 군사정권이 집권하고 있던 2010년부터 시작됐다. 부동산 개발사업자인 정시우 BKB 회장은 그해 초 장승철 하나대투증권 IB 부문 사장을 만나 미얀마 SOC 사업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

2005년 현대증권 IB본부장 시절 정 회장과 함께 몽골 아르막 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던 경험이 있는 장 사장은 동남아 시장의 새로운 사업 기회에 주목했다.

2010년 2월 미얀마를 처음 방문해 현지 시장 조사를 진행하면서 미얀마 정부가 발전과 물류 SOC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현지 시장 조사를 담당했던 조강호 하나대투증권 상무는 “양곤을 처음 방문했을 때 도시의 밤이 깜깜한 것을 보고 발전 프로젝트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해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서부발전과 현대건설은 사업을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력과 자금력을 제공했다. 장 사장은 “해외 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할 드림팀을 구성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서부발전과 현대건설의 합류는 미얀마 정부가 중국 및 일본 기업들이 제안한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앞서 한국 컨소시엄에 대형 발전 사업을 발주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서부발전과 현대건설은 각각 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자본금 40%와 20%를 책임지는 1, 2대주주가 된다.

양곤(미얀마)=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