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웅진 측 인사 관리인 배제 방침 고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4일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가 된 지 9일 만이다.

이에 따라 웅진홀딩스는 윤석금·신광수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 대표이사 단독 체제로 바뀌게 됐다.

웅진홀딩스에 따르면 윤 회장은 이날 오후 "초심으로 돌아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책임을 다하고자 했으나 여러 오해가 생기고 있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최근 자신에 대한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채권단이 법정관리 신청에 대해 전면 반격에 나서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직전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윤 회장은 대표이사 선임과 함께 부인과 계열사 임직원의 주식 매각, 계열사에 차입금 조기 상환 등이 알려지며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자 고심에 빠졌다.

여기에 채권단도 법원 심문에서 윤 회장의 경영 배제를 요구하기로 하자 결국 사임이라는 카드를 빼든 것으로 해석된다.

채권단의 고위 관계자는 "내일 열릴 법원 심문에서 윤 회장을 관리인에서 배제해 줄 것을 건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웅진홀딩스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책임경영에 대해 진정성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의 한 관계자도 "윤 회장이 경영권에 욕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으로 본다.

책임경영을 하겠다고 하는 데도 안 믿어주니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채권단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당일 대표이사가 변경된 이유를 '책임경영 강화'라고 공시했었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의 법정 관리인 선임도 불투명해졌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74조는 법원이 채무자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하고 있다.

회사의 대표자는 대표이사인 점을 고려하면 윤 회장은 관리인 선임 논의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으로 5일 법원 심문에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사임으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웅진홀딩스는 "윤 회장이 법적으로 심문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출석할 필요가 없다고 서울중앙지법이 통보해 왔다"며 "내일 심문에는 신광수 대표이사와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김정훈 대표이사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입장은 단호하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이 물러난다는 것 역시 꼼수로밖에 볼 수 없다"며 "윤 회장이 물러나도 뒤에서 조정할 수 있는 웅진 측 사람이 관리인으로 임명된다면 윤 회장이 앉아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채권단은 법정 심문에서 웅진 측 인사 관리인 배제 방침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도 웅진그룹 회장으로서의 지위는 변동이 없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의 지분 73.92%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웅진그룹의 다른 계열사 관계자는 "윤 회장은 본래 웅진홀딩스 내에서 공식적인 지위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웅진홀딩스는 윤 회장의 사재 출연 여부를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웅진홀딩스는 '(윤 회장의) 사재 출연을 검토한 적도, 언급한 바도 없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