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한국, 양질의 여성인력 키워놓고 왜 활용 안하나"
로버트 졸릭 "한국, 양질의 여성인력 키워놓고 왜 활용 안하나"
로버트 졸릭 "한국, 양질의 여성인력 키워놓고 왜 활용 안하나"
“한국은 이제 국제관계에 본격적으로 투자해야 할 시점을 맞이했습니다. 국제사회에 신뢰와 정치적인 역량을 구축, 미래 성장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합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2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코리아 비전 컨퍼런스 2012’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이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또 통일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대외관계의 중요성에 눈을 떠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외개방 더 해야”

지난 6월 말까지 5년간 세계은행(WB) 총재직을 역임한 졸릭 전 총재는 공공과 민간 부문을 두루 경험한 세계의 ‘경제 사령관’이자 ‘협상의 귀재’로 불리는 인물이다. 세계은행 총재에 오르기 전 골드만삭스 부회장을 거쳐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지냈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을 이끌었고, 5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성사시켰다.

공공과 민간부문을 두루 경험한 그가 한국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국제관계에 대한 투자’였다. 개방을 가속화하고 국제적 위상을 높여야 글로벌 경제구조의 리스크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양자적, 지역적, 세계적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주요 20개국(G20)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확대하고 양자적 차원에서는 FTA 체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래 통일의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 40년간 주변국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막상 통일이 현실화되자 주변국들이 우려를 쏟아냈던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며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과의 관계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경쟁력 키워라”

졸릭은 또 한국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서비스산업 생산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했던 방식을 정보기술(IT)서비스·문화·의료 등의 분야에 그대로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데 최대 걸림돌로는 제조업 위주의 정책을 들었다. 그는 “세제 등이 제조업에 더 유리하게 돼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서비스업 경쟁 구도를 세계 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외개방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그는 “해외 투자자들은 자본뿐 아니라 지식과 경험 등을 함께 갖고 들어온다”며 “시장을 개방하면 발전 속도가 더 빨라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업의 고도화에 따른 대비도 강조했다. 중국 산업이 고도화돼 일부 한국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졸릭은 “중국도 서비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중국의 엔지니어링이나 IT서비스 등의 산업 분야에 진출하는 방안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 잠재 경쟁력은 높다고 진단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인적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벤처캐피털 등에서 혁신을 추진해나갈 동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고학력 여성인력 활용해야”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졸릭은 “한국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여성 인력이 많지만 경제활동 참여율은 상당히 떨어진다”며 “이는 경제 전반에 상당한 기회가 사장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기간은 30~40년으로 인프라 투자 기간보다 훨씬 긴데 이렇게 긴 기간을 투자해놓고도 활용하지 않는 것은 낭비란 얘기다.

그는 여성 인력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로 한국 사회와 기업의 보수적이고 경직된 문화를 꼽았다. 때문에 기업들이 재택근무제 유연근무제 통신근무제 등의 제도를 도입해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바꿔나갈 것을 당부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