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기조연설에 이어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과 대담을 갖고 이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다음은 대담요약.

▷사공일 이사장=유로존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나 독일이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졸릭 전 총재=경제학적으로만 보면 유럽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치경제학적인 접근방법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그랬다. 독일은 과거 마르크화 포기라는 정치적 결정을 통해 다른 국가를 안심시키고 유럽 통합에 기여했다. 앞으로도 독일은 유럽통합에 기여할 것이다.

▷사공 이사장=구체적으로 유로존 붕괴를 막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졸릭 전 총재=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은 시간을 벌어줄 수는 있지만 유로존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각 국가들이 복지제도를 조정하는 등 구조 개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이뤄내느냐가 관건이다.

▷사공 이사장=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정벼랑 문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졸릭 전 총재=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 의회가 대선이 끝난 후 새로운 당선자를 만나서 해결하려면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문제는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증폭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재정벼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해야 한다.

▷사공 이사장=아시아 국가들이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는 장기적인 얘기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다고 보는가.

▷졸릭 전 총재=그럴 수 있다고 본다. 중국엔 급격한 침체를 막을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있다. 다양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내년에 중국 지도부가 교체되면 중국의 전체적 개혁과정에 대한 점검도 이뤄질 것이다. 지금도 중국 내부 개혁은 지역별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성장률이 과거처럼 높진 않을 것이다.

▷사공 이사장=앞으로 세계 경제 지형은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는가.

▷졸릭 전 총재=개발도상국가들의 성장을 주목해야 한다. 개도국 경제는 2007년 금융위기 이전 10년간 5~7% 성장했고 최근엔 5% 성장대를 다시 회복했다. 개도국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단 얘기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