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비전 컨퍼런스’에 참석한 경제계 및 학계 인사들은 석학들의 발표를 일일이 메모하며 경청하는 등 시종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세계 경제 흐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각국 학생들 "기억남을 행사"

○… 행사에 참석한 세계 각국 학생들도 “평생 기억에 남을 행사”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대전대에 교환학생으로 수학 중인 베트남 대학생 22명과 캄보디아 대학생들이 컨퍼런스 회의장 입구에 마련된 포토월에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마이티 누옛안 씨(21)는 “한국 경제의 발전상 및 세계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인덕대 2년생인 박래준 씨(21)도 “세계 경제의 주요 이슈가 무엇인지를 현장에서 확인한 자리”라고 했다.

한국 사람은 다 싸이 같나요?

○… 히트곡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 문화수출의 대표 사례로 거론됐다. 파이낸셜타임스의 팀 하포드 수석 칼럼니스트는 “8살짜리 딸한테 이메일을 받았는데 ‘아빠 한국 사람들은 싸이처럼 다 정신없는 사람들인가요’라고 묻더라”라며 “딸에게 ‘(한국에 가서) 몇 명만 더 보고 대답해 주겠다’고 답신을 보냈다”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그는 또 “한국 사람들이 애플 아이폰을 많이 들고 있던데 나는 삼성팬”이라며 삼성전자의 노트북을 가방에서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세계 명사들의 사랑방 역할

○… 이날 컨퍼런스는 세계적인 명사들의 ‘사랑방’ 역할도 했다. 글로벌 주요 경제이슈에 대해서 농담이 곁들여진 논평도 오갔다. VIP룸에서 만난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와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교수를 만나 “중국의 넘쳐나는 경상수지를 개발도상국 발전에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알베르토 알레시나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는 불확실성이 너무나 많고 스페인은 유럽 최악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하지만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체가 살아남는다는 쪽에 내기를 걸 것이고 가격에 따라선 스페인 국채를 살 수도 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오랜만의 '성장담론' 반가워

○… 이날 컨퍼런스를 지켜본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알레시나 교수가 재정문제에서 세입뿐 아니라 세출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 게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가 근본적으론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던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은 주목할 만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또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서비스 산업 육성과 여성 인력 활용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졸릭의 지적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경희 맥쿼리증권 회장은 “노동 경직성 해소와 새로운 먹거리 육성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시사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아무도 성장담론을 강조하지 않는 시기에 성장에 초점을 맞춘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