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잉여금 2.5조, 企銀ㆍ産銀ㆍ인천공항 주식매각 8조

2013년 예산안의 세입(歲入) 쪽을 보면 세외(稅外)수입을 무려 37조원 넘게 잡아놓은 점이 눈에 띈다.

내년 세외수입은 37조4천억원으로 올해보다 9조1천억원(32%) 증액됐다.

역대 최대치다.

예산 기준으로 2009~2012년에 각각 21조7천억원, 24조3천억원, 24조5천억원, 28조3천억원인 점에 비춰 보면 확연히 늘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2011~15 국가재정운용계획이 전망했던 내년 세외수입(35조2천억원)보다도 2조2천억원 많다.

그렇다고 2014년치를 당겨 잡은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2011~2015 계획에는 2014~2015년 세외수입이 31조3천억원, 24조5천억원이지만 2012~2016 계획은 각각 33조6천억원, 26조7천억원으로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세외수입 중 거둬들이지 못한 것을 내년에 반영했을 수 있다.

실제 올해 예산에는 잡혔지만 현실화하지 못한 대표적인 것이 2조원에 육박하는 기업은행(1조원)과 산업은행(9천억원) 주식 매각대금이다.

내년 세외수입이 늘어난 이유는 세부 내역을 보면 이해된다.

기업특별회계 영업이익(우정ㆍ조달사업 수익 등), 경상이전수입(벌금, 과태료, 몰수금 등) 등 다른 부문은 올해와 큰 차이가 없지만 한국은행 잉여금 납입액과 기타유가증권 매각대금이 많이 늘었다.

한은 잉여금은 올해 1조4천억원에서 내년 2조5천억원으로 1조1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올해 예산상으로는 1조4천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1조9천억원을 낸 만큼 올해보다 실제 증가액은 6천억원이 된다.

내년 기타유가증권(정부 보유지분) 매각대금은 8조1천억원이다.

올해 1조9천억원의 4배가 넘는다.

기업은행 5조1천억원, 산업은행 2조6천억원, 인천공항 4천억원으로 구성됐다.

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세입예산에 올랐으나 한 주도 팔지 못했다.

인천공항은 2010년(6천억원), 2011년(7천억원)을 넣었다가 올해 예산안에도 4천억원을 편성했지만 작년 말 국회 심의를 거친 확정예산에서는 빠졌다.

이에 따라 주식매각을 놓고는 예산국회에서 다시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행은 정부가 65.1%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24일 현재 시가총액이 7조원에 못 미치는 만큼 정부 지분을 몽땅 팔아도 4조5천억원 수준이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기업은행의 주가가 지금보다 확 올라야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종전에도 목표주가에 미달해 팔지 못한 속사정이 있는 만큼 내년에 헐값 매각이라는 지적을 피하면서 얼마나 팔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추진해온 인천공항 지분 일부매각은 해당 법이 개정되지 않은데다 지분 매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아 작년처럼 국회 심의과정에서 빠질 수 있다.

나아가 경기 회복 지연으로 세입에 구멍이 커지고 국채발행 한도도 소진한다면 최악의 경우에는 세입 추가경정예산을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