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지난 16일. 2013년형 쉐보레 말리부를 타고 태백레이싱서킷을 다녀왔다. 중형 세단 말리부는 작년 11월 한국GM이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보령미션’ 논란에 휩싸이면서 판매량이 저조했던 비운의 차다. 2013년형 말리부는 ‘보령미션’의 오명을 털어내기 위해 변속기를 개선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보령미션 논란은 지난해 말리부 출시 후 동호회를 중심으로 급가속 시 변속이 늦어 RPM(엔진의 분당 회전수)은 올라가지만 속도가 제대로 붙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것을 말한다. 변속기를 생산하는 한국GM 보령공장의 이름을 따 만든 말이다.

출발하기 전에 외관을 살펴봤다. 2013년형 말리부는 파워트레인에 변화를 주고 안전 편의사양을 추가했다. 외관은 크게 변한 게 없었다. 리어램프에 ‘LED(발광다이오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새로 적용한 것 정도였다. 안전 편의사양으로는 급제동 경보시스템을 기본사양으로 채택했다. 차량 급제동 시 ABS 작동과 동시에 후미 제동등이 자동으로 깜빡깜빡 점멸함으로써 후방 차량에 급제동 상황을 알려 추돌 가능성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시동을 걸고 주행해봤다. 코스는 서울과 강원도 태백레이싱서킷 왕복 540㎞였다. 이 차에는 보령미션을 개선한 차세대 6단 변속기를 탑재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운전을 해보니 개선된 미션은 기존 말리부의 답답한 변속감이 한층 매끄러워지면서 문제점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주행성능과 연비도 향상되는 효과를 더불어 얻었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2013년형 말리부의 연비는 ℓ당 11.6㎞(복합연비 기준)로 기존 모델보다 8%가량 향상된 수치라고 한다. 이 차의 공차중량은 1800㎏ 정도로 쏘나타보다 120㎏가량 무겁다. 차체가 묵직한데도 비 내리는 도로를 달리니 수막현상으로 인한 미끌어짐 현상이 발생했다. 하지만 차의 문제라기보다는 타이어의 성능 때문인 것처럼 느껴졌다.

270㎞를 달려 태백레이싱서킷에 도착했다. 이곳에선 ‘2012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 경기가 한창이었다. 코리안스피드페스티벌(KSF)과 함께 국내 양대 모터스포츠 경기로 ‘한국의 슈마허’ 김의수 CJ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와 쉐보레 레이싱팀의 김진표 선수, 한국 모터스포츠의 맏형 이의수 감독 겸 선수, 류시원 EXR 106팀 감독 겸 선수 등이 활동하는 대회다. 다음달 최종전(7전)을 앞둔 6전 경기로 중요했지만 김진표 선수는 예선전에서 차량 엔진에 불이 붙는 바람에 결선에 나오지 못했다.

오후 1시, 빗속에서 경기가 시작됐고 10여명의 선수들은 최고 시속 240㎞의 속도로 레이싱카를 몰아붙이며 우승컵을 두고 경쟁했다. 서킷을 27바퀴 도는 30여분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엑스타GT클래스’ 6전의 우승컵은 이재우 쉐보레 레이싱팀 감독 겸 선수가 거머쥐었다.

이로써 쉐보레 레이싱팀은 통산 6년 연속 종합 우승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슈퍼6000클래스’에서는 김의수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역시 우천경기인 만큼 백전노장 선수들의 경험과 지혜가 빛을 발했다. 마지막 7전은 다음달 14일 전남 영암에서 ‘F1(포뮬러원)’ 경기와 같은날 진행된다.

글·사진= 최진석 기자(태백)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