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절대 풍부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족한 자원에 기대기만 하면 세계는 머지않아 위기에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석좌교수는 20일 ‘세계강포럼’에 앞서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강조한 뒤 세계가 당면한 물 현실과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세계 문명의 근원지인 강의 역사는 어떻게 변화했습니까.

“강은 삶의 근원이자 인간 문명의 근원입니다. 강은 인류가 관리하고 보전해야 하는 대상으로 고대 사회에서도 중요성이 인식됐죠. 도나우강이 없는 오스트리아 빈, 템즈강이 없는 영국 런던을 상상할 수 있습니까. 이라크 바그다드는 동서양의 교두보 역할을 한 유프라테스강 주변에서 발전했고 이집트 카이로도 나일강을 기반으로 발전한 도시지요. 한국, 스코틀랜드, 노르웨이도 원활한 수원(水源)을 공급받았는데 이런 자연 자원의 혜택을 받은 국가들은 올바른 방식으로 강을 사용해야 할 의무도 있어요.”

▷강이 미래 경제 발전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예측합니까.

“강은 생명이 깃든 곳이자 담수의 공급원입니다. 식수, 산업용수, 농업용수, 가축사육용수에다 교통수단으로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죠. 독일 서부는 철강, 자동차, 기타 산업용품을 라인강을 통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운송한 후 세계 각지로 수출하고, 미국도 미시시피강을 통해 대부분의 농작물을 재배하고 운송합니다. 미시시피강 운송로가 막히면 옥수수와 밀 가격은 폭등하게 됩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강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데, 개발 과정에서 갈등도 빈번합니다. 피할 수 없는 일일까요.

“예전부터 벌어진 일이지요. 180년 전 10억명이던 세계 인구는 강을 식수 등으로 활용했습니다. 담수원은 지금이나 당시나 똑같은 수준이지만 현재 인구는 70억명이죠. 산업용수 증가 등으로 물 부족이 발생했고 사람들은 한정된 수원을 놓고도 싸웁니다. 하나의 강이 여러 나라를 거칠 경우 국가 간 분쟁도 발생하는 상황이 아닙니까.”

▷산업화에 따른 기후 변화나 이를 극복하려는 하천관리가 미래 강 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한국, 아일랜드, 노르웨이처럼 하천관리가 발전한 국가는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봅니다. 하지만 환경친화적으로 수자원을 활용하는 국가조차도 지구 온난화의 영향은 피할 수 없습니다. 가령 4월에 녹던 빙하가 2월로 당겨져 물의 공급과 전 세계 하천의 수량이 줄었습니다. 하천관리를 개선하고 지구온난화도 해결할 수 있게끔 전 세계적 이슈로 삼고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물 분야 투자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요.

“인구 증가로 수자원이 부족해진다는 점을 먼저 지적해야 합니다. 대중 교육과 계획적인 수자원 활용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죠. 한정된 수자원을 균등하게 분배하는 정부 차원의 작업도 중요합니다. 강물을 농업용수로 주로 사용하다 산업화에 따른 반도체 생산으로 더 많은 수자원이 필요하게 되면서 수자원 분배 문제를 본격 논의한 캐나다 사례에 시사점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4대강 개발 사업을 두고 논란도 있습니다.

“그런 논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지요. 서유럽이나 미서부 지역도 이미 겪은 일입니다.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물의 용처를 바꾸려 한다면 그에 수반되는 결과가 따릅니다. 자연 환경 변화, 삶의 방식 변화도 생기는데 이 과정에서 정치적인 논쟁으로 바뀌기도 하죠. 강의 흐름을 바꿀 경우 긍정적인 결과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면밀히 따져 수자원을 관리해야 합니다.”

▷한국의 강 관리 수준은.

“한국의 수자원 관리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청계천 복원, 4대강 사업 등은 흥미롭습니다. 한국의 수자원 관리 해법을 배우기 위해 외국 전문가들이 한국을 찾고 있죠. 4대강 사업을 통해 수자원 문제를 극복한 한국을 적극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세계강포럼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인적자원과 충분한 수자원, 조직이 있고 지금의 하천관리 방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수자원 관리 능력이 우수한데 이를 다른 나라와 공유하면 그렇지 못한 국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수자원 관리는 글로벌 이슈이지만 인류는 이것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