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 금융 분야에서도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과거와 같이 ‘화끈한 돈풀기’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기는 어렵다. 주택시장 불안과 늘어나는 은행 부실이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건설 및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은 15%에 이르지만 중국 정부는 여전히 집값 잡기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부총리는 지난 7월 “부동산 안정정책을 계속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서민 주거불안이 사회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시행된 경기부양 조치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자 2009년부터 강력한 투기억제 정책을 펴고 있다. 2010년 하반기부터 신규 주택 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던 주택시장은 올 6월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70개 도시 중 전월 대비 집값 상승 도시는 5월까지 6개에 불과했지만 6월 27개, 7월 49개로 늘었다. 6월 인민은행이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다.

이다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돈을 풀면 집값을 잡기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딜레마에 중국 정부가 직면했다”고 말했다.

은행 자금을 이용한 투자촉진도 여의치 않다.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공격적 대출에 동원되면서 대출잔액은 올 6월 말 현재 60조위안 수준에 이르렀다. 2008년 말 대비 2배 규모이며 연 GDP보다 1.3배 많다.

주택시장 정체에 제조업 불황이 겹치면서 부실 채권도 늘어나고 있다. 6월 대손충당금은 1조3200억위안으로 전년 동월 대비 25.8% 급증했다.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은행 상황은 1980년대 말 일본, 2000년대 후반 미국의 버블 붕괴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은행의 이익 증가세가 부실 증가보다 빨라 은행 부실화 정도는 크지 않지만 신규 경기부양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