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 노후자금 마련 '주택연금 딱이야'…9억원이하 집 담보…돈 수시 인출도 가능
최근 안정적 노후 준비를 위해 주택연금(정부보증 역모기지론)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은퇴 이후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른바 ‘3층 노후보장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노인들이 주택연금을 통해 스스로 안정적 노후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하고 고령화 추세 속도가 빨라지면서 앞으로 주택연금이 은퇴자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60세 이상, 9억원 이하 주택 가능

주택연금 가입요건은 다음과 같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의 주택소유자가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노후 생활자금을 연금 형식으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고 부부가 모두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다. 대상은 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이다.

주택연금 가입을 위해선 부부 명의로 1채, 자녀 명의로 1채를 갖고 있어도 가입할 수 있다. 1주택자 기준은 연금을 신청하는 본인이기 때문이다. 담보 주택 대상은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9억원 이하다.

큰돈이 필요할 때 추가로 언제든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담보의 일정 부분을 남겨두는 수시인출도 가능하다. 자녀의 결혼자금이나 의료비, 주택담보대출·보증금 상환 등의 목적으로 받을 수 있다. 다만 수시인출금 한도가 높게 잡히면 매달 수령하는 연금액이 줄어든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담보로 잡은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내줄 수는 없다. 다만 보증금이 없는 월세로 주택 일부를 임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담보로 잡은 집을 팔 수도 있다. 매매를 할 경우 새로 산 집을 담보주택으로 변경해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을 받고 있는데 다주택자가 된 경우에도 관계없다. 처음 가입할 때만 1주택자이면 된다.

부부 모두 사망한 후엔 법원 경매나 일반 매매를 통해 처분한 후 연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속인이 집을 물려받기를 원한다면 대출금(연금수령액)을 갚는 조건으로 소유할 수 있다.

○월 평균 수령액 103만원

지난달엔 주택연금 가입자가 1만명을 돌파했다. 주택연금은 2007년 7월 출시된 이후 2008년 695건, 2009년 1124건, 2010년 2016건, 2011년 2936건으로 매년 신규가입 건수가 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금융자산 비중이 작고 일정한 소득이 없는 노령층에게 주택연금이 안정적인 노후준비 수단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매년 가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가 주택연금 출시 5주년을 맞아 최근 가입자 현황을 분석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월 평균 연금 수령액은 103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60세 이상 도시가구 평균 근로소득(130만원)의 80% 수준이다.

가입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입 요건이 최근 기존 ‘주택소유자와 상관없이 본인과 배우자 모두 만 60세 이상’에서 ‘주택소유자 60세 이상’으로 바뀔 예정인 데다 의료비·생활자금 등으로 쓰기 위해 담보금액의 일부를 헐어 쓸 수 있는 ‘일시인출금’ 한도가 총액의 30%에서 50%(최대 2억5000만원)로 늘어나면서 가입자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공사는 보고 있다.

가입자의 평균 연령은 73세로 조사됐다. 70~74세 가입자가 28.6%로 가장 많았고 75~79세 22.6%, 65~69세 21.4% 등의 순이다. 특히 60~64세 가입 비중이 작년 말 10.0%에서 올 들어 14.5%로 크게 늘어났다.

박승창 공사 주택연금부장은 “은퇴와 동시에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가족 구성을 보면 부부 59.4%, 독신남 7.7%, 독신녀 32.9%로 나타났다. 가입자들이 담보로 내놓은 주택의 평균 가격은 2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평생 매달 연금 지급이 최대 장점

공사가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 2000가구와 주택연금 이용자 6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과 주택연금 이용자들은 ‘평생 동안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주택연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비율은 각각 89.7%와 93.5%로 조사됐다. 이는 2010년 조사때의 88.7%와 91.8%보다 높아진 것이다.

주택연금 이용자와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은 주택연금 이용 이유를 묻는 질문에 ‘자녀에게 생활비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라고 각각 90.0%와 95.3%가 응답했다.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의 월평균 생활비는 98만원, 주택연금 이용자의 월평균 생활비는 102만원으로 조사됐다. 월평균 지출액의 구성을 보면 일반 노년층과 주택연금 이용자 모두 생활비 지출이 각각 64.0%와 68.0%로 가장 많았으며 의료비 지출이 그 뒤를 이어 각각 11.6%와 16.3%를 차지했다.

주택을 보유한 일반 노년층의 월평균 수입액은 165만원, 주택연금 이용자는 159만원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 월수입은 일반 노년층은 ‘60~64세’가 227만원에서 ‘80세 이상’이 95만원으로 100만원 이상 줄어드는 반면, 주택연금 이용자는 ‘60~64세’가 189만원에서 ‘80세 이상’에서도 147만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주택연금 이용자의 수입이 일반 노년층의 수입을 초과했으며 고령층일수록 월수입 중 주택연금 의존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돼 고령자에 대한 주택연금의 수입지원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가입자 수도권 편중 한계

다만 주택연금 가입자가 수도권에 쏠린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신규가입 건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가입 건수가 1830건으로 전국 가입 건수(2379건)의 76.9%나 됐다. 신규가입자 중 수도권 비율은 2008년 80.0%였다. 이후 매년 1~3%포인트 안팎 하락해 지난해에는 73.6%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다시 소폭 증가했다.

신규가입자가 수도권에 집중된 이유는 수도권 집값이 비싼 데 있다. 집값이 낮으면 연금액수도 적어 매력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에서는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 두드러진 집값 하락세가 수도권 고령자의 주택연금 가입을 서두르게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찍 가입해야 더 높은 담보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