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우리 사회 생산과 소비의 중심인 베이비 부머들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를 즐길 만한 경제적 기반을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은 탓에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5세 이상 취업자는 2007년 422만명에서 2011년 11월 현재 495만명으로 9.3% 늘었다. 베이비 부머가 본격 은퇴에 접어들었으니 55세 이상 취업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재취업에 성공하는 요령과 주의사항은 어떤 게 있을까.

○꼼꼼한 조사가 성공 재취업의 첩경

재취업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고용부 홈페이지나 각종 민간 직업알선 사이트를 될 수 있는 한 자주 찾아보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다. 신문 기사를 열심히 읽다보면 기업들이 특별채용하는 정보를 접하는 기회도 생긴다.

에스원은 내년까지 만 53세 이상의 은퇴한 중장년층 33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이들은 시중은행 365자동화코너 등에 있는 현금입출금기의 장애 대응 전담 인력으로 활동한다. 파리크라상은 중장년층 재취업 프로그램인 ‘해피5060! 프로젝트’를 운영하기도 했다. 40세 이상 재취업 희망 경력자 가운데 8명을 선발해 재교육 후 제빵사로 채용하는 것이다. 이들은 3개월간 수습과정을 거쳐 연봉 계약직으로 채용되고 3년 이상 장기 근속하면 창업지원도 받을 수 있다.

각종 취업박람회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얼마전 KB금융이 개최한 KB굿잡 취업박람회 같은 곳도 돌아볼 만하다. 이 박람회에는 국민은행 점포 등 1200개 전국 네트워크를 통해 선정한 중견·중소기업이 고용을 하겠다며 모여들었다. 여기에는 대졸 신규 채용관뿐만 아니라 베이비 부머 은퇴자 등의 재취업을 돕는 경력 채용관도 마련했다. 취업컨설턴트와 상의를 해보면서 자신이 어디에서 다시 일할 수 있는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도 알아보고 심층 취업 컨설팅도 받아볼 수 있다.

○재취업 시장의 냉정한 현실

재취업에 나서기 전에 냉정한 현실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인취업훈련센터에 따르면 일자리를 찾겠다며 지난해 센터에 등록한 노인 구직 신청자는 1만9392명으로 전년보다 7725명 증가했다. 하지만 취업률은 그다지 높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취업률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람을 쓰겠다는 회사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단순 업무를 맡기고 싶은 기업과 예전의 경력을 이용하고 싶은 구직자 사이의 괴리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인들이 주로 취업하는 직종은 남성은 환경미화나 경비 인력, 여성은 가사도우미 등이다. 센터 측은 지난해 단순노무직 취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56.7%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챙기는 것도 기본이다. 정부가 베이비 부머 재취업에 너무 안이하게 접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발품과 손품을 팔다보면 사람에 따라서는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재취업에 나서려면 정부의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것이 기본이다.

고용부는 50세 이상 구직자가 중소기업에서 현장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새로운 직장을 얻도록 하는 ‘50플러스 새일터 적응지원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50세 이상 구직자는 1~3개월 동안 월 40만원의 참여수당을 받으며 중소기업에서 직접 현장체험을 한 뒤 재취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올해 사업 대상 인원은 2000명이며 참여 기업은 500인 이하 제조업이나 300인 이하 건설업·광업·운수 및 통신업, 100인 이하 기타산업 등과 같은 우선지원 대상기업이다.

고용부 등은 사회적 기업과 새일센터 등을 통해 고령자 맞춤형 취업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시니어 전문 매니저’를 통해 중소 벤처기업 재취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전문 매니저는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구직자에 대한 상담, 구인 기업 면접 및 채용 등을 돕는다.


○과거는 잊고 자존감은 세우고

전문가들은 재취업에 나설 때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헤드헌팅업체 사장은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 예전의 회사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떠올린다면 재취업은 이미 절반 이상 실패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눈높이를 낮추고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자존감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람도 있다. 오랫동안 있었던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면 무기력감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일부는 자기 계발을 통해 자존감 회복을 권유하기도 한다. 한 교육업체 사장은 “일단 시험을 하나 신청해서 준비하다보면 취업에 대한 의지가 생겨나고 부족한 점들을 고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며 “목표한 점수를 따서 성취감을 얻고 자신감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것도 재취업자의 중요한 자세다. 은퇴 전의 회사에서야 능력있고 센스있는 부장이고 임원이었겠지만 은퇴 이후에는 세상 물정 어두운 일개 구직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력중개업체 관계자는 “베이비 부머들이 취업할 때 많이 이용하는 용역업체 가운데는 취업은커녕 손해를 안기는 경우가 꽤 있다”며 “특히 퇴직금을 노린 취업사기가 많기 때문에 급여가 터무니없이 높다거나 실질이 분명하지 않는 회사의 임원 자리를 소개받는다면 손을 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대 보험 적용 및 퇴직금이 있는 업체인지 유무를 따져보고 월급제보다는 연봉제를 제시한 업체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창업에도 길이 있다

창업은 위험부담이 매우 크지만 준비가 충분하다면 도전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시니어 창업에 도전할 때는 네 가지 정도를 염두에 둬야 한다. 먼저, 직장에서의 경험과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이 좋다. 직장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네트워크는 성공창업의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업종을 고르는 것도 필수적이다. 늦은 나이에 창업했는데 실패하면 재기가 힘들다. 고수익 고위험 업종은 베이버 부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준비기간은 일반적인 창업보다 길어야 한다. 보통 조급한 마음에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창업에 뛰어들게 마련인데 이럴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주얼리 사업가로 변신한 가수 방미 씨는 “장사에 나서기 전에 1~2년 정도 준비하라면 대부분의 은퇴자들이 집에서 TV 보고 가끔 재취업지원센터나 가는 것을 생각하는데 이는 큰 문제”라며 “만약 커피전문점을 해보고 싶으면 자존심 다 버리고 커피전문점 종업원으로 취직부터 해보는 것이 진짜 창업을 위한 준비자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6개월 이상 업종에 대한 전문지식 습득과 실전 경험을 쌓아보라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는 자기시간 활용에 여유가 있고 취미를 살릴 수 있는 아이템을 잡으라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 사업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즐거움과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예비 창업자에게 상담·컨설팅 맞춤형 교육(연간 2000명) 및 창업 전용자금 지원(1인당 5000만원 한도)도 지원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