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카고학파의 대반격…"美 복지실험이 금융위기 불렀다"
1990년 공산정권에서 벗어나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한 체코. 유럽 국가 중 고속 성장하고 있는 이 나라의 수도 프라하 힐튼호텔. 이곳 메인홀에서 3일(현지시간) 경제학계 큰 산맥 시카고학파의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2012’ 총회가 닷새 일정으로 개막했다. ‘경기 침체와 사회주의자들의 리엔지니어링’ ‘복지국가 vs 자본주의’ 등 주제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외치는 시카고학파의 이번 총회에는 세계 각국에서 학자와 경제계 인사 350여명이 몰려들어 유권자들의 복지 욕구, 갈수록 늘어나는 정부의 간섭과 개입을 정조준했다. 금융위기 이후 재정 투입과 통화 확대를 통한 글로벌 경기부양책으로 다시 득세한 케인스학파에 대한 대반격이다.

첫날 강연자로 나선 앨런 멜처 미국 카네기멜론대 교수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정부와 정치권의 섣부른 복지정책”이라고 지적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빌 클린턴 정부에서 시작해 조지 W 부시 정부로 이어진 저소득층 주택 갖기 정책이라는 복지 실험이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파고들었다.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설익은 대선용 복지정책을 풀어놓는 한국 대선주자들이 들어야 할 ‘경고’다.

덴마크 은행가인 라스 크리스텐슨 삭소뱅크 공동 대표는 “덴마크 전체 인구 중 연금생활자, 실업자 등 부양받아야 할 인구는 200만명이 넘는다”며 지나친 복지를 비판했다.

피터 보이트케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재정과 통화정책 확대로 경제의 결함을 수정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라며 케인스식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케인스식 정책은 수요 관리에 집착해 장기적 정책 비용을 무시한다”고 공격했다. 멜처 교수는 “케인스주의자들은 돈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분되는지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샘 펠츠먼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세금과 규제는 또 다른 사회주의 부활과 같다”고 말했다. 국가가 경제활동 등에 적극 개입하면 국민들이 더 큰 복지를 원하고 힘든 일을 꺼리는 복지병에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프라하=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

자유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1947년 39명의 경제·역사·철학자들을 스위스 몽 펠르랭으로 소집해 창립했다. 2차대전 직후 공산주의와 케인스학파에 대항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이후 자유 시장경제학파를 상징하는 모임으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