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에는 한국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방안도 활발히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러시아를 중국의 고성장세 둔화에 대비한 주요 대체 시장으로 정하고, 정보기술(IT) 등 주요 인프라 사업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러시아는 확인 매장량 기준 세계 1위의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석탄·철광석은 2위, 석유는 7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논의도 무르익을 전망이다. 2008년 러시아와 맺은 양해각서(MOU)에 따르면 한국은 북한을 지나는 가스관을 통해 2015년부터 매년 750만의 시베리아산 ‘파이프라인 운송 천연가스(PNG)’를 30년간 도입하기로 돼 있다. 현재 가스공사는 2017년 1월부터 가스 공급을 시작하는 일정을 목표로 가스관의 안전성, 공급가 등을 놓고 가즈프롬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다만 이 사업이 실행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극동·시베리아지역에서 생산된 가스를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해 한국에 도입하는 방식인 만큼 남북 관계가 경색될 경우 북한이 가스관을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러시아는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도입이 막히면 사할린이나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선박을 통해 대체 물량으로 LNG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러시아와 포괄적 자유무역협정(FTA) 전 단계인 한·러 경제동반자협정(BEPA) 체결을 위한 공동 연구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국은 2007~2008년 BEPA 공동연구 그룹을 만들어 두 차례 회의했지만 지금은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양국의 교역량은 1992년 1억9000만달러에서 2010년 176억6000만달러로 92배 증가했고, 작년에는 212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