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성장률 7.5%도 힘겨워…8월 PMI 2009년 이후 최저
중국의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해 올초 정부가 제시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5%로 제시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8.5%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2분기에 성장률이 7.6%에 그쳤고 3분기 이후에는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HSBC은행은 3일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6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 내놨던 예비치 47.8보다 0.2포인트 낮은 것이다.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다. HSBC의 PMI는 경기 위축 국면을 의미하는 50을 10개월째 밑돌아 경제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훙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제조업은 여전히 경기하강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며 “중국 정부가 성장 안정을 위해 부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PMI도 49.2를 기록, 9개월 만에 처음으로 50 밑으로 내려갔다. 국가통계국은 주로 대기업, HSBC는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PMI를 조사한다.

류리강 ANZ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올해 GDP 증가율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할 수 있다”며 “다음 정부에서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다음달 하순께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열어 당 최고 권력기관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뽑는다. 또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국가주석과 총리 등을 선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물러나는 기존 지도부는 올해 부양책 시행을 유보하고 부실대출과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물가도 걱정거리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8%에 그쳤지만 지난달에는 식품값과 유가 등의 상승으로 다시 2.3%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은 당분간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즈호증권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8.1%에서 7.6%로 내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8.0%에서 7.7%로 하향 조정했다. 루팅 BoA 애널리스트는 “3분기 성장률은 2분기보다 낮은 7.4% 수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부양책을 꺼내지 않으면 올해 성장률은 7.5%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