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면목동에 사는 최순자 씨(45)는 요즘 떨림 현상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얼마 전부터 눈 주위가 떨리더니 점점 입 주변까지 떨림 증상이 번져나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꺼리게 됐다. 최씨는 병원 검사 결과, 반측성 안면경련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최근 미세혈관 감압술을 통해 완치됐다.

중년에 찾아오는 반측성 안면경련은 나이가 들면서 혈관이 굵어지고 신경이 눌러져 경련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눈과 입 떨림이 계속 발생하고 심한 경우 얼굴이 일그러진다. 대인기피증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고 대부분 우울증을 동반한다.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안면경련 증상

얼굴 한쪽 부위가 수시로 떨리는 ‘안면경련’. 예컨대 얼굴을 지나는 혈관이 신경을 눌러 스파크가 일어나면 안면경련인데, 입 주변을 심하게 일그러뜨리기도 한다. 나이 들어 적지 않은 고통을 주는 질환인 셈이다.

최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이런 증상에 대해 ‘미세혈관 감압술(減壓術)’을 이용,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신경외과 이승환·고준석 교수팀은 미세혈관 감압술로 안면경련 환자 34명을 치료했고, 90% 이상 완치했다.

이 교수팀은 편측 안면경련에 고해상도 내시경 장비를 이용한 미세 혈관 감압술을 시행,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일궈냈다. 이번 임상 결과는 ‘2012 대한신경외과춘계학술대회 TOP 10’에 선정됐다.

미세혈관 감압술은 귀 뒤의 후두부위를 5~6㎝ 찢고 뇌교 부위에 수술기구를 넣어 혈관과 신경을 떼어낸 다음 그 사이에 스펀지 같은 물질을 넣어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이 교수는 “안면경련의 초기 증세가 나타날 때 보톡스를 주사해 치료하기도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며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내 수술하면 한 번에 부작용 없이 완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2009년부터 편측 안면경련의 미세 혈관 감압술 시행 중 수술 현미경뿐만 아니라 고해상도 내시경을 이용, 신경 압박 부위를 정밀하게 확인하는 절차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미세 혈관 감압술 후 발생할 수 있는 안면 마비와 청력 저하의 부작용을 최소화했다. 이는 전문화된 치료팀 구성으로 수술 전부터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수술 중에도 환자를 지속 관찰하는 등 감시 장비를 통해 수술의 완치율을 높인 결과다.

◆편측 안면경련의 일반적인 양상

안면경련은 국내에서 매년 3000명 정도 발병하고 있다. 서양인보다 동양인에게 4~5배 정도 많이 발병한다. 동양인의 경우 서양과 비교해 얼굴 한 면의 통증을 일으키는 3차신경통보다는 안면경련증이 많은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로도 어느 정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안면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원인 혈관을 떼어내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미세 혈관 감압술이란 수술적 치료가 표준 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술은 수술 현미경밖에 없었던 1970년대 의료 환경을 토대로 하고 있어 정확한 신경 압박 부위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최근엔 의료 장비의 발전으로 고해상도 내시경을 도입한 미세혈관 감압술이 시도되고 있다. 신경 압박 부위를 확인하는 절차가 더욱 정밀해졌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