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임금'도 보호 못 받는 편의점 알바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A씨(24)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자신이 일하는 시간에 10만원짜리 양주가 도난당하자 점포 주인이 월급에서 양주값을 빼버린 것. 아르바이트생의 월급으로 손해를 면한 점주는 폐쇄회로(CC)TV에 절도범 얼굴이 찍혔지만 경찰에 신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A씨는 항의했지만 점주는 “관리 소홀로 물건이 없어졌으니 아르바이트생이 직접 책임져야 한다”며 요지부동이었다.

다른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B씨(32)도 최근 월급에서 4만원을 강제로 공제당했다. 손님의 지능적 사기로 4만원의 손해가 생기자 점주는 B씨에게 책임을 물었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점주는 B씨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뒤 못 받은 주휴수당이 20여만원 있다는 것을 안 B씨가 더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서야 점주는 4만원을 내줬다. 주휴수당 20여만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조건이었다. 소액사건으로 법에 호소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B씨는 점주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불법적인 임금공제를 당하는 일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지급할 때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일정 금액을 사전에 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개별 근로계약서에 이런 조항을 넣었다 해도 애초에 위법이기 때문에 무효조항이 된다.

청년층 구직자, 근로자들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안태호 노동상담팀장은 26일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사회생활 경험이 적은 청년층이 주로 하다보니 점주가 손해를 떠넘기는 일이 많다”며 “편의점 관련 노동상담 건수 가운데 40%가량이 이런 불법 임금공제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필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장은 “설사 관리소홀이 있었어도 민사로 책임을 물어야지 사전 임금공제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설명했다.

편의점 본사는 이런 사례가 있다는 것조차 파악 못한 업체가 대부분이다. 본사는 가맹점주에게 최저임금 준수, 성희롱 예방 등에 대한 교육은 하지만 불법 임금공제에 대한 것은 교육 내용에 없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도난사고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며 “그런 사례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측도 “그런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며 “만약 있다면 본사에서 조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CU(옛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고용과 관련된 내용은 본사가 관여하지 않는 게 원칙이어서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불법 임금공제를 당한 아르바이트생이 문제 제기를 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해당 지역의 고용노동지청이 신고를 받지만 조사 과정에서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 간의 감정이 상하기 십상이다. 근로감독관은 대부분 사용자와 근로자를 동시에 불러 삼자대면으로 조사하기 때문에 나이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중·장년층인 편의점주를 추궁해야 한다. 아르바이트생은 임금공제당한 소액을 받기 위해 해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노무법인 ‘정성’의 방성환 공인노무사는 “내용증명을 통해 이행을 강제하거나 고소·고발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시행되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며 “가맹점 단체나 고용부가 편의점주를 사전 교육시켜 예방하는 게 현재로서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