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해외 이민을 가서 자수성가한 김부자 씨는 외아들 김외동 씨에게 회사 경영을 맡기고 몇 년 전 귀국했다. 고향 땅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아직 경영수업 중인 아들을 고려해 해외에 남아 있는 재산을 차차 정리할 생각이었던 그는 최근 해외 재산에도 증여세를 물린다는 뉴스를 보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해외 재산에도 증여세 과세

현행 세법에서는 국내에 1년 이상 거주를 필요로 하는 직업이 있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는 등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또는 1년 이상 거주하면 거주자로 본다. 그 외는 비거주자로 간주한다. 따라서 외국에서 독립적인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외동 씨의 경우 비거주자로 간주돼 국내 재산을 증여받는 경우에만 증여세를 내게 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법 개정안을 통해 비거주자가 거주자에게서 해외에 있는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증여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모든 해외 재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고 △해외 금융계좌 자산을 증여받거나 △국내 재산을 50% 이상 보유한 해외 법인의 주식을 증여받는 경우로 한정했다.

국내 재산을 해외로 유출한 뒤 증여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사례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 금융계좌 등을 증여하는 경우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국내 재산을 국외 법인에 출연한 뒤 해당 법인의 주식을 비거주자인 자녀에게 증여하는 것은 사실상 국내 재산을 증여하는 것과 같다고 보고 과세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해외 적금 10억원을 아들 외동 씨에게 증여할 예정이었던 김부자 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과세가 이뤄질 경우 세금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자. 비거주자는 직계존속에게서 증여받는 경우 3000만원을 공제해주는 증여재산공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따라서 증여금액 전체 10억원에 대해 증여세 2억1600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외동 씨가 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 이내에 신고 납부할 경우 인정받는 10% 신고세액공제를 적용받았을 때 납부할 금액이다.

외동 씨가 외국에서 해외 적금을 증여받은 것에 대해 외국 법령에 따라 세금을 냈다면 이중과세 부담을 덜기 위해 외국에서 납부한 증여세 상당액을 국내 세법에 따라 계산한 증여세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한다.

○증여세는 대신 내줘도 무방

수증자가 비거주자일 경우 수증자와 증여자 간에 증여세 연대납세 의무가 있다. 따라서 김부자 씨가 아들의 세금을 대신 내주더라도 증여세는 없다. 비거주자인 아들에게 추가 증여세 없이 증여세 금액만큼을 더 증여할 수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해외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거주자라면 이번 개정안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재산 정리 계획을 세우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현상기 < 이현회계법인 전무(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