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나흘째 ‘숨고르기’ 중이다. 다음달 초까지 줄줄이 예정돼 있는 글로벌 정책 ‘이벤트’를 앞두고 기관들이 ‘팔자’에 나서며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수급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외국인이 아직 매수세를 이어가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외국인 투자금이 추가 유입될 여지가 있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저평가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정책이벤트 앞두고 관망세

22일 코스피지수는 8.03포인트(0.41%) 하락한 1935.19로 마감됐다. 기관이 1479억원을 순매도해 증시 조정이 불가피했다. 외국인은 1909억원어치를 사들여 12거래일 연속 ‘사자’를 이어갔다.

글로벌 증시도 일제히 조정을 받았다. 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 68.06포인트(0.51%) 하락한 13,203.58로 마감한 것을 비롯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이날 0.27%, 대만 가권지수는 0.13% 각각 내렸다.

이는 23일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다음달 6일 유럽 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 이르기까지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 대형 변수들이 잇달아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각 ‘이벤트’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증시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 사이에 ‘일단 관망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됐다.

독일·프랑스, 독일·그리스(24일), 프랑스·그리스(25일) 정상회담에선 그리스의 긴축 시한 연장과 추가 구제금융 여부가 논의될 예정이다. 다음달 6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유로존의 국채 매입 재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에이션 저평가 업종에 관심

코스피지수가 1900을 넘어서면서 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은 투자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30일 이후 이달 21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자금이 유출됐다. 이 기간에 1조2249억원이 빠져나갔다.

외국인이 안정된 투자심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밸류에이션 저평가 업종 가운데서도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아진 업종에 주목해볼 것”을 권했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낮은 저평가 업종에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면서, 21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이 올해 초부터 21일까지 평균 외국인 보유 비중보다 낮은 업종은 유틸리티 은행·카드 유통 철강 전기전자 등으로 나타났다. 유통업의 경우 12개월 예상 PBR은 0.77배로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21일 기준 외국인 보유 비중도 올해 평균치(35.4%)에 1.38%포인트 미달했다.

김 연구원은 “2분기에 2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이 포함된 유틸리티를 제외하면 나머지 업종은 실적도 나쁘지 않아 외국인 자금이 추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송종현/김동욱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