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훈춘 시내에서 북한 나진·선봉까지는 한 시간 반, 러시아 자루비노항까지는 4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한국 동해안과 일본, 태평양 너머 미국까지도 중국 어느 곳보다 빨리 배로 운반할 수 있는 경로다.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동해 출구전략’은 북한 및 러시아 정부와의 조율을 통해 이 같은 구상을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원래 청나라 땅이던 연해주가 러시아에 넘어간 것은 1860년 베이징조약을 통해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남하정책의 쾌거지만 중국으로서는 동해로 나가는 길이 봉쇄됐다. 동북 3성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 태평양과도 가깝지만 주변국의 항구를 이용하지 않으면 중국의 변방에 머물 뿐이다. 창지투(창춘·지린·투먼) 개발계획은 물론 동북3성 부흥계획 전체의 성패가 출구전략에 달려 있는 이유다.

올 10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는 훈춘·나진 간 48㎞ 도로는 출구전략의 핵심이다. 공사 구간 대부분이 북한 내에 있지만 중국 정부는 공사비 8000만달러를 전액 부담했다. 나진항 4, 5, 6호 부두 신설과 관련해서도 50년 사용권을 받는 조건으로 중국이 돈을 내기로 했다.

지난해 1만7000t의 석탄을 나진항을 통해 상하이 푸둥항에 시범 운송하기도 하는 등 나진항을 통한 동해 진출은 가시권에 들어왔다. 주변국과의 조율이 관건이지만 다롄항에서 일본 니가타까지 12일 걸리는 해상운송 기간이 나진항을 통하면 하루 남짓으로 크게 단축된다. 훈춘시 관계자는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은 사실상 어촌에 가까워 무역항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 나진항 이용이 동해 진출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나진행 도로 건설이 임박함에 따라 훈춘 일대를 중심으로 한 준비 작업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다음달 훈춘에서 국제물류단지 착공식을 연다. 2019년까지 1994억원을 투자해 150만㎡ 규모로 조성할 계획이다. 완공되면 창춘의 이치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공산품이 물류단지를 거쳐 나진으로 빠져나갈 예정이다.

중국 기업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석탄 생산업체 훈춘광업집단은 연 560만t의 석탄 생산량을 1000만t까지 늘리기 위한 설비시설 증설을 지난 7월 마무리했다. 나진항에서 중국 남방지역으로 석탄 운송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양중호 포스코 물류센터건설팀장은 “장기적으로는 나진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 일본 니가타까지 해상 운송로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며 “10년 후 훈춘 인근은 천지개벽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김태완 특파원(베이징·충칭) 이정호 기자(상하이·우한) 노경목 기자(칭다오·창춘·훈춘)

한국경제·LG경제연구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