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전 11시40분께 공덕동 서울서부지방법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남부구치소로 떠난 뒤에도 최금암 한화 경영기획실장(52·사진)은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다. 최 실장은 법원을 떠날 때까지 그룹 주요 관계자들과 앞으로의 경영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19일 업계와 한화에 따르면 김 회장 법정구속 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한화는 앞으로 최 실장 중심의 전문경영인체제로 그룹 오너의 경영공백을 최소화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자율경영 시스템이 정착돼 있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김 회장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대규모 인수·합병 및 글로벌 사업은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 실장은 그룹 원로의 자문을 받으면서 계열사 간 경영 조율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화가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룹 원로와의 접촉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6일 1심 선고공판이 끝난 후 최 실장과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인물도 1999~2002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을 지낸 김연배 전 한화그룹 부회장이었다. 김 전 부회장과 함께 허원준 전 한화케미칼 부회장도 이날 현장에서 최 실장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 2월 경영기획실 전략팀장에서 승진한 최 실장은 김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주요 일정엔 빠짐없이 최 실장을 대동했다.

한화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 대표보다 젊은 최 실장을 2인자 자리에 중용한 것은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29)과의 소통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16일 오후 긴급 사장단회의를 주재하고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동요 없이 그룹 및 계열사의 사업 목표를 계획대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그룹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겸허하고 낮은 자세로 수용하되 위축되지 말고 그룹의 입장을 정확히 인지하고 보다 당당하게 대변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