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세제개편안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세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결론났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표심잡기에 밀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였던 감세를 통한 경제 활성화는 종지부를 찍었다.

기획재정부는 8일 박재완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대기업의 최저한세율을 15%로 올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도 3000만원으로 낮추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최저한세율 인상으로 대기업이 부담하는 추가 세수는 연간 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현재 4만9000명에서 추가로 5만명 늘어나고 세금도 1200억원이 더 걷힐 전망이다. 주식양도차익 과세 대상도 ‘지분율 3% 이상,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지분율 2% 이상, 시가총액 70억원 이상’으로 대주주의 범위가 넓어졌다. 세법 개정안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는 2017년까지 1조66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재정부는 밝혔다.

반면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인 소득세와 법인세 과표구간 조정은 국회 조정 몫으로 넘어갔다. 박 장관은 지난해 말 국회가 전격적으로 ‘3억원 이상’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38%로 올리자 “땜질식 처방으로 세법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올해 국회에서 반드시 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세법 개정안에는 정부안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94년 마련한 현행 과표구간은 너무 낡았다”며 조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이 최근 소득세 최고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당론을 채택하자 정부와 여당이 여론 추이를 보면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처럼 정부가 미완의 세법 개정안을 제시한 데 대해 지나치게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 장관 스스로 이날 회의에서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통해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만큼 국민들의 전체 세 부담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당초 ‘세율은 낮게, 세원은 넓게’를 목표로 대폭적 비과세 감면이나 재정비를 통해 세수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비과세 감면 103건 중 24건을 폐지하고 26건을 정비한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농협 등 조합에 대한 출자금이나 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 종료는 재정부 내에서조차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