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장기주택마련저축(장마저축)의 비과세 혜택이 사라진다. 대신 최장 15년간 이자소득세를 내지 않는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이 18년 만에 부활한다. 가입 대상은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다. 또 만 60세 이상 빈곤층 독거노인은 1년에 최대 70만원의 근로장려금(EITC)을 받을 수 있다. 중견기업의 가업상속 공제가 확대되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이 더 많은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장마저축’ 지고 ‘재형저축’ 뜬다

재형저축은 최소 10~15년간 가입하면 이자소득세나 배당소득세 15.4%가 면제된다. 분기에 3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월복리 방식으로 연 4% 금리가 적용되는 재형저축에 15년간 월 100만원씩을 붓는다고 가정하면 만기 때 원금 1억8000만원과 이자 6691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일반저축과 달리 이자소득세 1030만원(6691만원×15.4%)을 물지 않아도 된다.

재형저축과 함께 ‘장기펀드 소득공제’도 신설된다.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가입자격은 재형저축과 똑같다. 최장 10년간 주식 비중 40% 이상인 적립식펀드에 투자하면 매년 240만원 한도에서 납입액(연간 최대 600만원)의 40%를 소득공제받는다. 재형저축과 장기펀드 소득공제 혜택은 모두 2015년까지 가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허용된다.

◆즉시연금 비과세 폐지

고액자산가들에게 절세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즉시연금에는 비과세 혜택이 대부분 사라진다. 정부는 10년 이상 장기저축성보험의 비과세 혜택을 중도인출할 경우엔 배제하기로 했다. 즉시연금은 매달 일정액을 받기 때문에 중도인출에 해당되고, 따라서 이자소득(15.4%)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다만 55세 이상이면서 사망 때까지 보험차익을 수령하는 종신형 연금은 연금소득세(5.5%)만 내도 된다. 중도인출 규모가 연 200만원 이하이거나, 사망·해외이주 등 불가피한 상황에 따른 것이라면 과세에서 제외된다. 이번 개편은 법 시행 이후 즉시연금 가입분부터 적용된다.

고액자산가 입장에서는 절세 대책을 새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다만 법 시행 전 가입분은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그전에 즉시연금에 가입하려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높다.

◆한부모 가족 추가 소득공제

현재 배우자나 18세 미만 자녀를 둔 빈곤층 가구주로 제한된 근로장려금 신청 자격이 연소득 1300만원 미만인 만 60세 이상 독거노인까지 확대된다. 주택금융공사 역모기지(주택담보노후연금)에만 제한돼 있는 연 200만원의 연금소득공제 혜택이 민간은행이 파는 역모기지에도 똑같이 주어진다.

배우자 없이 20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은 연 10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를 받는다. 교육비 소득공제 대상이 초·중·고교의 방과후 수업 교재비, 어린이집·유치원 급식비, 특별활동비 등으로 확대된다.

◆중견기업 세제혜택 강화

고용과 연계된 기업의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도 일부 바뀐다. 고용이 감소하지 않은 기업에 주는 기본공제는 일반기업 기준으로 설비투자금액의 3~4%에서 2~3%로 낮아진다. 대신 고용 인원이 늘어날 때 얹어주는 추가공제는 2%에서 3%로 높아진다(표 참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에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것이다.

‘산업의 허리’로 불리는 중견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우선 가업상속 공제 대상이 ‘연매출 1500억원 이하’에서 ‘2000억원 이하’로 확대된다. 다만 공제 조건은 까다롭다. 부모가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자녀가 물려받아 10년 이상 경영하면서 이 기간 중 고용을 상속 전보다 평균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자녀의 경영기간이 10년 이상 15년 미만이면 최대 100억원, 15년 이상 20년 미만이면 최대 150억원, 20년 이상이면 최대 300억원 한도에서 가업상속재산의 70%에 상속세가 붙지 않는다.

중견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비용에 대해선 8% 세액공제 구간이 신설된다. 중소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벗어난 지 12년이 지나지 않은 기업은 R&D 투자액의 10~25%, 일반기업은 3~6%가 세액공제되는데 이 사이에 중견기업을 위한 세액공제 구간을 넣은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