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에 돌아온 최악의 불볕더위로 전력수급 문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 특별감사를 통해 전력정책을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력노조는 6일 오후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식적인 전력거래제도와 전기요금 제도 등 정부의 전력산업정책 실패가 지난해 ‘9·15 순환정전사태’를 비롯한 최근 전력난의 근본 원인”이라며 감사원에 특별감사를 청구했다.

전력노조가 감사를 요청한 정책은 △매시간대별 최고 가격으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하도록 하고 있는 계통한계가격(SMP)제도의 재검토 △한전 발전자회사와 민자 발전사간 SMP 가격적용을 달리해 민자 발전사가 특혜를 누리도록 방치한 점 △구역전기 사업제도를 시행해 민자 발전사가 ‘한전전기 되팔기’를 통해 막대한 부당 이득을 챙기도록 방치한 점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제도를 강제함으로써 전기에너지 소비를 급증시켜 에너지 소비의 왜곡을 심화시킨 점 등 4개다.

전력노조는 “구역전기 사업제도와 전력거래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결국 한전과 발전 자회사를 쥐어짜는 대신 민자발전소에 대한 막대한 특혜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에너지 낭비는 물론 한전에 막대한 경영 적자를 안겼다”고 주장했다.

현행 전력거래제도는 2001년 한전 분할 이후 도입된 계통한계가격(SMP) 결정방식을 따르고 있다. SMP는 전기요금 인상부담을 한전이 떠안는 구조로 돼 있어 한전 경영난의 원인으로 꼽혀 왔다. 전력노조는 또 “유류값이 폭등하는 동안에도 전기요금은 통제됐다”며 “유류소비가 급격히 줄어드는 동안 전기수요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증가해 전력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호 전력노조 사무처장은 “현행 SMP 전력거래 제도를 철폐하고 전력산업을 조속히 통합해야 한다”며 “요금제도의 경우 현재의 주택용 전기요금의 징벌적 누진제도를 완화하고, 산업용 요금의 현실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지식경제부 전력산업과 관계자는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누진제도를 완화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며 “수급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일단 특별감사 청구요구서를 접수한 만큼 절차에 따라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