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경영진 비리로 시작, 정관계 로비 속속 드러나
박지원·정두언만 남겨둬…대선자금은 여전히 '불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26일 재판에 넘겨졌다.

'만사형(兄)통'에다 '상왕'으로까지 불린 그의 기소로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애초 이번 수사는 '내 돈 내놓으라'는 서민들의 절규에서 비롯됐다.

부도덕한 저축은행 경영진과 대주주에게 피 같은 돈을 떼인 분노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수사 과정에서 고객 돈을 제멋대로 쓴 저축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여실히 드러났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 수천억원을 겁 없이 빌려주고 시행업자와 대출금을 나눠 가지는가 하면 고객 돈으로 집안을 온통 고가 미술품과 문화재로 채우거나 고급 외제차를 마구 사들이기도 했다.

심지어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백억원의 돈다발을 챙겨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히기도 했다.

저축은행을 감시·감독해야 할 금융당국과 정관계 고위인사들마저 이들의 로비를 받고 검은돈을 챙긴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등에 대해 1차 영업정지 명단이 발표된 이후 은진수 전 감사위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이명박 대통령 처사촌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정형근·김택기·이화영·최연희 전 의원, 김해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지자체 공무원 상당수도 비리에 연루돼 무더기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아산시의 경우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아름다운CC'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 담당부서 팀장부터 국장까지 줄줄이 뇌물을 받은 데 이어 강희복 전 아산시장까지 뒷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다 저축은행 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중수부가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를 파헤치면서 '왕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MB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현 정권 최고 실세들이 잇따라 구속됐다.

저축은행 비리 수사는 이상득 전 의원의 소환으로 정점에 올랐다.

지난 1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법원에 나온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에게 넥타이를 잡히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이 전 의원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현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타를 맞았고 결국 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까지 나오게 됐다.

이 전 의원의 기소로 정점을 찍은 수사는 이제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조사와 사법처리만 남겨두게 됐다.

물론 거물급인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가 막판 최대 고비가 될 수 있다.

검찰은 또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된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이 돈이 흘러간 궤적을 따라가다 대선자금이 고인 '저수지'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무리에 접어든 저축은행 비리 수사가 언제든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