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인가, 항변인가.

감독당국 수장인 김석동 금융위원장(사진)이 입을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조사에 이어 감사원의 금융권역별 감독실태 감사결과 발표로 금융사들이 파렴치 집단으로 내몰리는 상황에 대해서다.

김 위원장은 25일 오후 예정에 없던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금융시장의 자율성과 가격 등을 강조하면서 나름대로 작금의 상황을 진단하고 반성하는 발언도 내놓았다.

“그동안 금융회사와 금융산업의 관점에 치중해 온 금융감독과 행정에도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다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공정위의 CD금리 담합 여부 조사, 그리고 감사원의 감독실태 감사결과 발표로 금융당국에 대한 책임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의 ‘뼈저린 반성’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선 감사원 발표와 관련, “우리 금융산업 일각에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한 행태가 나타난 데 대해 실망했다”며 “적절한 감독과 제도 정비를 통해 즉시 시정되지 못했다는 데 대해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으로서 책임 있는 사후조치를 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이 최정예 인력을 투입해 관련된 조사를 철저하게 벌여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지적사항에 대해서는 전문가 등과 충분히 논의해 주기 바란다”며 피감기관의 수장으로서 감사 결과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가산금리에 대한 직접적인 당국의 개입 문제는 금리자유화라는 금융정책의 기본방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1991년 이후 추진된 금리자유화의 결과인 현행 금융관련 법령은 대출금리의 결정구조 설정 및 운용 등 전반적인 금리산출 과정을 은행들의 자율영역으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준금리 인하 시 가산금리가 상승하는 데 대해서는 외국의 사례도 면밀히 조사해 시장에서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어떤 규제가 필요한지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산금리 조정을 통해 은행들이 얻은 것으로 지적된 이익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분석하고 검증해볼 것을 지시했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는 상황에 대한 금융당국 수장의 고뇌와 반성이 복합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해석했다. “금융은 신뢰를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발언도 그래서 나왔다는 얘기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